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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Sep 08. 2023

아름다운 도시의 기준

 AI 시대를 맞아 간절한 것은 인간적인 것에 대한 주체적인 기준 설정이다. 인간이 스스로 인간이 원하는, 인간다운 것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현재로선 아름다움이 인간적인 것에 가장 근접한 개념이다.


그럼 무엇이 아름다운 것일까? 윌리암 모리스에게 아름다운 것은 일상과 격리된 일부 천재의 작품이 아닌 평범한 인간이 구성원과 같이 즐겁게 만든 일상 용품이다. 그에게 이 기준을 만족하는 대표적인 생산물이 중세 공예품이다.


도시도 인간이 만드는 생산물이다. 윌리엄 모리스는 아름다운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으로 아름다운 주택과 아름다운 도시를 강조한다. 현시대 지식인이 해야 할 일은 아름다운 도시의 기준을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아름다운 도시의 기준에 대한 일정 수준의 합의가 이루어지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 도시 논쟁이 답답한 것은 건축의 아름다움을 강하게 주장하는 건축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 곳곳에서 출현하는 콘크리트 마운틴을 미적 기준으로 막아야 정상 국가가 아닐까? 


최근 용감하게 아름다운(매력적인) 도시의 기준을 제시한 지식인을 알게 됐다. 한국에서 사랑받는 작가 알랭 드 보통이다. 그는 한 비디오에서 아름다운(매력적인) 도시의 조건을 6개로 요약한다.


첫 번째가 질서와 다양성(Order and Diversity)이다. 질서는 우리가 파리와 뉴욕을 사랑하는 이유다. 하지만 너무 많은 질서는 피해야 한다. 지나친 규칙성은 "영혼을 파괴하고, 가차 없고, 가혹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체계화된 다양성이다. 인간은 혼돈과 지루함의 중간쯤에 있는 도시를 '좋아'한다.


두 번째가 눈에 보이는 삶(Visible Life)’이다. 거리가 황량하지 않고 아름다워지려면 사람과 활동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한다.


세 번째 원칙은 콤팩트다. 도시를 넓지 않고 콤팩트하게 만드는 것이다. 애리조나주 피닉스가 아닌 바르셀로나를 생각하면 된다.


네 번째는 ‘방향성과 신비감(Orientation and Mystery)’이다. 작은 거리와 큰 거리 사이의 균형을 통해 길을 잃을 수도 있고 길을 잃지 않을 수도 있는 능력이다.


다섯 번째 원칙은 스케일이다. 현대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은행과 상업 전용의 고층 빌딩이 지배하고 있다. 대신 베를린이나 암스테르담처럼 이상적인 5층 높이의 건물을 지어 밀집된 중층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도시에 고층 건물을 세운다면 "모든 인류가 사랑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건물이어야 한다.


마지막 원칙이 로컬이다.  도시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또 하나의 비결은 ‘지역성을 살리는 것’이다. 즉, 도시는 획일화를 피하고 지역 고유의 특성을 수용해야 한다.


도시학 문헌에서 이미 많이 논의된 내용이지만, 보통의 특별한 점은 이를 아름다운 도시의 기준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는 우리가 6개 기준을 만족하는 더 많은 도시를 만들지 않은 것에 대해 답답해한다. 그리고 질문한다. 왜 더 많은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지 못하는 걸까?


그가 주목한 장애물은 두 가지다. 나는 아름다움에 대한 지적 혼돈, 또 하나는 정치적 의지 부재다. 그는 지적 혼돈에 대한 그의 심정을 이렇게 토로한다.


"우리는 무엇이 아름답고 무엇이 추하다고 말할 권리가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움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누구도 그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누가 결정한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낍니다. 이해할 수 있는 우려지만, 탐욕스러운 부동산 개발업자에게는 끔찍하게 유용합니다. 이 사람들은 아름다움과 같은 것은 없다는 것에 대해 안도합니다. 흉측한 건물을 짓고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거죠."


시원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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