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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Oct 06. 2017

부산의 라이벌은 미국 포틀랜드


신발 산업이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고 있다. 해외로 시설을 이전했던 학산과 트렉스타뿐 아니라 처음부터 해외에서 창업한 정우와 블루인더스도 부산으로 생산 시설을 옮겼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고려 TTR과 화인은 생산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1980년대 신발산업 중심지를 상징하는 진양 교차로 신발 조형물


원래 1980년대까지만 해도 부산은 세계적 규모의 신발 생산 기지였다.


부산 덕분에 한국은 1988년 단일 업종으로는 최고액인 37억 달러 규모를 수출하며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2위 신발 수출국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OEM 방식의 하청 생산 공장이 주를 이뤘던 부산의 신발산업은 곧 그 한계에 부딪혔다.


프로스펙스(국제상사)와 르까프(화승그룹) 같은 독립 브랜드가 있었지만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하는데 실패하다 보니, 경제성장으로 임금이 오르자 곧바로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신발 업체들은 생산거점을 부산에서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로 속속 옮겼고, 결국 영화를 자랑했던 부산의 신발 산업은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림: 신발정보포털 Shoenet


부산으로 복귀하는 부산 신발 기업


그런데 그렇게 떠나갔던 신발 산업이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신발 기업이 부산으로 귀환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국내 운동화 공장이 중국이나 베트남 공장보다 수준 높은 기술력과 생산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의 품질은 이미 정평이 나서 같은 제품이라도 ‘메이드 인 코리아’를 찾는 외국인 구매자가 적지 않다.


부산시는 신발 시장 변화에 부응해 2017년까지 ‘첨단신발융합허브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센터는 관련 기업들을 한 지역에 집중시켜 인프라를 구축하고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조성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부산은 다시 찾아온 이 두 번째 기회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는 마케팅과 R&D 능력을 보강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필자는 부산의 신발 산업이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만만치 않은 도전자를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틀랜드 도심 나이키 타운 매장


부산의 라이벌은 미국 포틀랜드다


앞서도 소개한 바 있듯,


포틀랜드는 미국 아웃도어와 스포츠 산업의 중심지다.


나이키 본사와 아디다스 미주 본사를 필두로 300여 개의 운동화 기업이 밀집해 있고, 지금도 언더아머(Under Armour), 킨(Keen), 아이스브레이커(Icebreaker), 야키마(Yakima)와 같은 아웃도어 기업들이 포틀랜드로 이전하거나 기존 포틀랜드 사업장을 확장하고 있다.


포틀랜드가 운동화 산업의 중심지로서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은 핵심 인력이 집적된 데 있다.


엔지니어링, 디자인, 마케팅, 광고, 유통, 부가 서비스 등 운동화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업 활동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이 포틀랜드를 중심으로 산업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


창의적인 인재가 집중돼 있다는 점은 운동화 생산의 지속적인 혁신을 가능하게 한 포틀랜드의 핵심 자산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운동화 스타트업을 창업하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야 할지는 명확해진다. 하이테크 창업 인재가 실리콘밸리로 몰린다면, 운동화 창업 인재는 포틀랜드로 떠난다.


포틀랜드의 또 다른 자산은 지역 소비시장이다. NPD 마켓 리서치 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포틀랜드에는 워싱턴 D.C. 와 미니애폴리스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스포츠 용품 소비시장이 형성돼 있다. 포틀랜드가 다른 두 도시보다 인구가 적은 것을 고려할 때 인구당 소비 수준은 다른 지역보다 월등하게 높을 것이다.



포틀랜드 소비자는 높은 품질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소비자이자 혁신적인 운동화와 아웃도어 상품을 선호하는 얼리 어댑터(Early Adopter)로 정평이 나 있다.


포틀랜드 기업들이 선도적인 기술과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런 마니아층 소비자의 관심과 참여가 깔려 있다.



서핑 중심지로 떠오른 부산 송정해변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로 포틀랜드와 경쟁해야


이렇게 막강한 포틀랜드와 경쟁하려면 단순히 마케팅과 R&D 능력을 강화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1980년대에 부산의 신발 산업이 쇠퇴했던 것도 마케팅과 R&D 능력의 부족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시 부산에는 특별한 신발 소비문화가 존재하지 않았다.


신발 산업 자체는 호황이었지만 그게 소비문화와 연결되진 않았다.


쉽게 말해 부산 시민이라고 해서 특별히 운동화를 더 많이 신을 일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달라져야 한다. 부산 시민이 다른 도시보다 더 다양한 운동화를 더 많이 신게 해야 한다. 그래야 포틀랜드처럼 생산과 소비, 테스트, 문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필자는 부산 시장을 비롯해 지도자들이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을 것을 제안한다. 요즘 젊은이는 정장이나 세미 정장에도 운동화를 신으며 스포티한 매력을 뽐낸다.


마찬가지로 지도자들이 그렇게 지역의 특성을 살린 패션센스를 발휘한다면, 부산에 아웃도어 마니아 문화를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부산은 산과 바다를 함께 품은 천혜의 환경을 가지고 있고 기후도 비교적 온화한 편이어서, 아웃도어 문화의 중심지로 자라날 만한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런 잠재력을 살릴 수 있다면 도시의 경쟁력은 엄청나게 발전할 것이다.


부산이 포틀랜드와 세계 신발 산업의 중심지를 두고 경쟁하려면, 기업들만 나서서는 안 된다. 부산 시민도 포틀랜드 시민과 경쟁해야 한다.


부산의 민관산(民官産)이 힘을 모아 포틀랜드를 넘어서는 세계 신발 산업, 아웃도어 산업의 중심 도시를 이루어내길 기대해본다.




출처: 라이프스타일 도시, 위클리비즈,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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