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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May 12. 2024

Scale Deep, Scale Up

로컬 비즈니스의 본질과 성장 전략

Scale Deep, Scale Up: 로컬 비즈니스의 본질과 성장 전략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역 시장을 기반으로 한 로컬 비즈니스가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언택트 소비 확산과 집콕 문화의 영향으로 소비의 중심이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O2O 시장이 급성장하고 하이퍼로컬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역성과 창의성을 결합한 로컬 브랜드들이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른바 로컬 크리에이터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지역이 보유한 공간, 콘텐츠, 커뮤니티 등의 자산을 창의적으로 연계하고 재조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단순히 지역의 특색을 상품화하는 차원을 넘어, 차별화된 지역 콘텐츠와 독특한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로컬 커뮤니티와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로컬 브랜드는 단순한 상품을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나아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형성된 커뮤니티는 유사한 취향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지역 고유의 문화를 향유하고 재생산해내는 새로운 문화 공동체로 성장하게 된다.


로컬 크리에이터 기업의 활약은 지역 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 자산에 창의적 가치를 부여하고 브랜드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지역 내 고용 창출과 부가가치 향상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지역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고 지역민의 자부심을 고취하는 데에도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로컬 브랜드들의 바람직한 성장 경로는 무엇일까? 바로 Scale Deep에서 시작해 Scale Up으로 이어지는 2단계 성장 전략이다.* Scale Deep은 로컬 자원과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를 구축하는 전략이다.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 생태계와의 상생을 추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Scale Deep의 토대 위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Scale Up 전략이 요구된다. 즉, 로컬에서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과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전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점은 로컬만의 특색과 경쟁우위는 유지하되, 사업의 표준화와 효율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처럼 로컬 브랜드의 성장은 Scale Deep과 Scale Up이라는 두 축을 균형 있게 추구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지역에 깊이 뿌리내리는 한편, 그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국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되는 것이다.


로컬 비즈니스가 스타트업과 다른 점은 지역 고유의 자원과 문화를 활용한다는 데 있다. 단순히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오랜 시간 축적된 지역성을 브랜드 가치로 승화하고, 로컬 커뮤니티와 함께 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빠른 성장(Fast Growth)보다는 착한 성장(Good Growth)을 추구하는 것이 로컬 비즈니스만의 차별화 포인트다.


Scale Deep 전략의 3가지 모델

Scale Deep 전략은 크게 세 가지 모델로 구현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로컬 콘텐츠 사업화를 통한 브랜드 커뮤니티 구축이다. 이 모델은 지역 고유의 문화와 스토리를 발굴하고 이를 브랜드 콘텐츠로 활용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로컬 특색을 담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차별화된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브랜드 콘텐츠와 제품을 매개로 지역 주민과 팬덤이 함께 참여하는 브랜드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대전의 성심당, 제주의 재주상회,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의 Zingerman's 등을 들 수 있다. 성심당은 대전의 로컬 문화와 정서를 담은 '튀김소보로'와 같은 시그니처 제품으로 차별화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했으며, 대전 시민들의 자부심과 애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제주 재주상회는 'iiiin' 매거진을 통해 제주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브랜드 콘텐츠화하고, 로컬 작가와 장인들과 협업하여 제주 특색이 녹아있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Zingerman's는 앤아버 지역의 고유한 식문화를 브랜드화하고, 커뮤니티 이벤트와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처럼 로컬 콘텐츠 사업화 모델은 지역 고유의 자원과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이를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제품, 서비스 개발로 연결하고,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브랜드 커뮤니티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로컬 브랜드만의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효과적인 Scale Deep 전략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모델은 랜드마크 공간을 통한 크리에이터 타운 조성이다. 이 모델은 유휴 부동산이나 지역 명소 등을 크리에이터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개별 건물을 리노베이션 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 특화 산업과 창작 인프라를 집적시켜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아가 크리에이터들이 살고, 일하고, 즐길 수 있는 정주 여건을 갖춘 라이프스타일 타운으로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서울 연희동의 어반플레이, 부산 영도의 RTBP, 서울 서교동의 로컬스티치 등을 들 수 있다. 어반플레이는 연희동의 오래된 주택과 공장 건물들을 리노베이션 하여 갤러리, 공방, 카페, 책방 등이 어우러진 다수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으며, 지역 예술가와 크리에이터들의 네트워킹과 협업을 지원하고 있다. 부산 영도의 RTBP는 봉래동에서 레지던시, 공유 오피스, 게스트하우스 등의 시설을 갖춘 라이프스타일 센터를 조성했다. 서교동 로컬스티치는 코워킹, 코리빙, 서점, 상업시설, 편의시설이 입주한 '크리에이터타운 서교'를 통해 지역 내 창조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유휴공간과 낙후공간을 활용을 통해 창의적 실험과 협업이 가능한 열린 공간을 조성하고, 지역 고유의 산업적 맥락과 문화적 자산을 크리에이터 친화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차별화된 지역 브랜딩을 시도한다. 또한 이러한 공간이 단순히 일터로서만이 아니라 주거, 여가, 커뮤니티 기능이 어우러진 생활 거점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과의 연계 또한 중요하게 고려한다.


랜드마크 공간 조성형 Scale Deep 모델은 지역 내 산업-문화-공간을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연결함으로써 창조계층 유입과 정착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여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또한 고착화된 지역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지역 정체성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로컬 르네상스 실현의 실험장이자 교두보로서 주목받고 있다.


세 번째 유형은 지역 문제 해결을 통한 혁신 비즈니스 창출이다. 이 모델은 로컬 커뮤니티가 당면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사회공헌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 과정 자체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삼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지역 내 자원을 창의적으로 연계하고 재조합하는 브리콜라주(bricolage) 방식을 통해 한정된 자원 속에서도 혁신을 이뤄낸다.


이 과정에서 도출된 비즈니스 모델은 시장 논리에 따른 추상적 수요보다는 로컬 커뮤니티의 절박하고 구체적인(urgent and local) 수요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강점이 있다. 따라서 기존 시장에서 간과되었던 영역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며 지역 문제 해결과 수익 창출을 동시에 견인할 수 있다.


이 모델의 대표 사례로는 미국 디트로이트의 '키친 커넥트(Kitchen Connect)'와 '굿 푸드 액세스(Good Food Access)'를 들 수 있다. 키친 커넥트는 창업 초기 요식업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업용 주방 임대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휴 공간을 활용한 공유주방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는 창업 비용 절감뿐 아니라 로컬 푸드 생태계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굿 푸드 액세스는 신선식품 접근성이 낮은 동네 푸드 데저트 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 코너숍이나 편의점 등을 신선식품 공급 거점으로 활용하는 유통망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의 건강한 식생활을 지원하는 동시에, 지역 내 신선식품 수요 창출과 유통 효율화라는 혁신 설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 문제 해결형 Scale Deep 모델은 로컬 수요에 대한 통찰과 공감에서 출발하여 지역자원을 선순환 구조로 재편하는 혁신 과정 자체가 차별적 경쟁력이자 브랜딩 요소가 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기존 자원과 인프라의 활용도를 제고하면서도 지역 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 측면의 의의도 크다. 무엇보다 단순히 동기 부여된 사회혁신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메커니즘을 접목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동력과 임팩트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지역 문제 해결형 Scale Deep 전략은 로컬 비즈니스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촉매제로서, 그리고 지역 혁신 플랫폼으로서 더욱 중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3가지 Scale Deep 모델은 각각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모델 1은 로컬 콘텐츠 기반의 비즈니스와 브랜드 커뮤니티 간의 선순환 구조에 주목한다. 지역 고유의 문화와 스토리를 브랜드 콘텐츠로 활용하고, 이를 통해 형성된 브랜드 커뮤니티가 다시 콘텐츠 생산과 확산에 기여하는 선순환이 핵심이다. 모델 2는 크리에이터 친화적 공간 조성을 통해 지역 내 산업-문화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 집중한다. 유휴공간을 창의적으로 재생하여 크리에이터들의 집적과 네트워킹을 유도하고, 이들의 활동이 지역 산업과 문화를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요체다. 모델 3은 로컬 커뮤니티의 구체적 현안과 수요에 주목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역 자원을 창의적으로 재조합함으로써 혁신의 기회를 포착한다. 이 과정에서 도출된 비즈니스 모델은 지역 문제 해결과 가치 창출을 동시에 견인할 수 있다.


세 가지 모델 모두 지역 자산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연계 및 확장함으로써 비즈니스의 지속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로컬이라는 한정된 무대에서 자원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 방정식을 구축하는 셈이다. 이처럼 Scale Deep은 로컬 브랜드의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적 토대가 된다. 무엇보다 지역 고유의 자원과 네트워크에 뿌리내림으로써 타 브랜드가 모방하기 어려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장기적 관점에서 로컬 수요에 밀착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애착을 형성하는 데도 유리하다.


나아가 Scale Deep 과정은 단순히 이윤추구를 넘어 지역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지역의 가치를 발견하고 지역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 자체가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원천이 된다. 이는 브랜드의 사회적 영향력을 강화하고 장기적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결국 Scale Deep은 단순히 매출 확대를 위한 전략이 아닌, 브랜드의 장기적 생존과 성장을 좌우할 핵심 역량이라 할 수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일수록, 그리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될수록 로컬에서의 차별화된 존재감과 경쟁력 확보는 더욱 중요해진다. Scale Deep으로 단단한 뿌리를 내린 로컬 브랜드만이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Scale Up의 4가지 모델

Scale Up은 로컬에서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전국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즉, 로컬 비즈니스가 초기에 Scale Deep을 통해 차별화된 가치를 입증한 후, 이를 발판 삼아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는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Scale Up의 궁극적 목표는 전국 단위의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있다.


Scale Up은 일반적으로 사업장과 매장을 통해 전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전국 시장으로의 확장을 의미하는 Scale Up은 반드시 사업장과 매장 확장을 동반할 필요가 없다. Scale Up 모델의 하나로 소개할 Local to Local 전략이 보여주듯이, 사업장을 홈마켓에 유지하면서도 마케팅을 통한 전국 소비자 유인, 온라인과 모바일 채널을 통한 확장, 새로운 상품/서비스 카테고리로의 확대 등 다양한 형태로 Scale Up을 구현할 수 있다.


Scale Up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로컬에서 배양된 특색과 경쟁우위를 유지하면서도, 전국 시장 공략에 필요한 표준화와 효율화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컬 비즈니스의 강점인 지역 밀착성과 유연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사업 확장에 따른 운영 복잡성과 비용 부담을 슬기롭게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직 체계와 역량의 정비가 필수적이다. 로컬 비즈니스가 전국적 성장에 맞는 거버넌스 구조, 인재 확보 및 육성 체계, 브랜드 관리 역량 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전국 단위 유통/물류, 마케팅, 고객 서비스 등을 뒷받침할 파트너십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반드시 경계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무분별한 규모 확장이 오히려 브랜드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성장에 대한 조급증으로 인해 로컬 비즈니스 고유의 가치와 차별성을 상실한다면, 그것은 Scale Up이 아닌 브랜드 가치의 Scale Down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Scale Up 전략은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초기에는 인접 지역으로의 점진적 확장을 통해 성장 모델을 검증하고 조직의 대응력을 높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토대로 전국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확장 거점을 확보하고,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


 Scale Up은 로컬 브랜드의 성장을 위한 필연적 과제인 동시에,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도전적 과제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배양한 가치와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전국적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와 세심한 실행, 그리고 장기적 안목이 요구된다. Scale Deep을 통해 구축한 로컬에서의 브랜드 힘을 바탕으로,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며 전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 바로 그것이 Scale Up의 핵심 과제라 할 수 있겠다.


Scale Up의 방식도 각 브랜드의 업종과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첫째가 앞에서 언급한 지역에서 시작해 지역에서 성장하는 Local to Local 모델이다. 로컬 자원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지역 내에서 다각화를 추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로컬의 특색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Local to Local의 대표적 사례로는 한국의 성심당을 들 수 있다. 1956년부터 68년간 대전에서만 매장을 운영해 왔던 성심당은 지역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리는 로컬 브랜드 전시회에 참여하면서도 제품 판매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지역에 대한 충성심과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려는 성심당만의 원칙으로 해석된다. 성심당은 지난해 1243억 원의 매출, 31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수천 개 매장을 가진 대형 프랜차이즈보다 높은 수익성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Local to Local 사례로는 미국 포틀랜드의 '파월스 북스'를 들 수 있다. 1971년 개점한 이래 포틀랜드 시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온 이 독립서점은 지역에 깊이 뿌리내린 채 세계 최대 규모의 독립서점으로 성장했다. 약 6만 8000 제곱피트(약 1900평) 규모로 3500여 개의 섹션에서 새 책과 중고 책을 판매하며, 포틀랜드 내에서만 3개의 매장을 운영한다. 파월스 북스는 다른 지역으로의 확장 대신 로컬에 집중하며 지역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둘째 전략이 지역에서 검증된 콘텐츠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전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Local to National 모델이다. 스타벅스, 벤 앤 제리 등 글로벌 대기업이 일반적으로 사용한 Scale Up 방식이다. 한국 로컬 기업 중 어반플레이는 Local to National 전략을 통해 연희동 라이프스타일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어반플레이는 연희동과 연남동 일대에서 뉴스뮤지엄, 파크먼트 연희, 연남장 등 8개 공간을 운영하며 독특한 지역 콘텐츠를 개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 장인, 예술가들과 협업해 연희동만의 감성이 담긴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연희동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광주, 수원 등 다른 지역으로 수출하는 독특한 확장 모델을 구축했다. 어반플레이의 사례는 로컬에 기반한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전국적으로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가 처음부터 여러 지역에서 시작해 그 시스템 하에서 성장하는 Multi-Local to Multi-Local 모델이다. Multi-Local 전략의 대표 사례인 일본의 'D&Department'는 47개 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로컬 브랜드 편집숍을 운영하며 지역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을 발굴, 확산시키고 있다. 어떤 방식이든 로컬과 글로벌을 넘나드는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로컬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와 로컬 생태계와의 상호작용을 놓쳐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도시로 진출할 때마다 로컬 특성을 적극 반영하는 Local to Multi-Local 전략이다.  미국 포틀랜드 기업인 에이스 호텔은 호텔 설계 단계부터 현지 예술가, 장인과 협업하고 호텔 공간을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등 로컬 친화적 접근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같은 포틀랜드 기업인 솔트 앤 스트로 역시 새로운 매장을 열 때마다 현지 농부, 생산자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로컬 식재료 중심의 메뉴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Local to Multi-Local 전략을 펼치고 있다.


Scale Deep & Scale Up의 균형

Scale Deep과 Scale Up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단계의 문제다. 어떤 로컬 브랜드든 창업 초기에는 Scale Deep에 주력하여 로컬 자원 기반의 차별화 역량을 키우고, 이를 발판으로 전국 및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장기적 성장 전략이 요구된다.


로컬 브랜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먼저 로컬과 전국 시장을 관통하는 일관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모와 영역의 확장에도 불구하고 브랜드의 코어 가치와 개성을 지속적으로 구현함으로써, 고객의 마음에 각인된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고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브랜드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장기적 관점의 브랜드 전략 수립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로컬 브랜드는 전국적 영향력 확대의 토대를 로컬 생태계와의 상생에서 찾아야 한다. 성장의 과정에서도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로컬 기반의 강화와 전국 시장에서의 입지 확대를 동시에 도모하는 투 트랙 전략이 요구된다.


아울러 브랜드의 성장 단계에 걸맞은 경영 시스템과 인재 육성 체계를 적기에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컬 기반의 혁신성과 창의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확장된 사업 규모를 감당할 역량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조직 구조의 효율화,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체계화, 핵심 인재 확보와 리더 육성 등을 통해 지속성장의 내부 동력을 키워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성장의 과정은 장기적 비전 아래 단계적 로드맵에 따라 추진되어야 한다. 성장통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관점의 목표 설정과 연차별 실행 계획 수립이 필수적이다. 특히 성장의 속도와 시기, 방식 등을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운영할 수 있는 로드맵 실행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로컬 브랜드는 성장의 핵심 동력인 '사람'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들이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을 바탕으로 자율과 책임의 조직문화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어갈 핵심 인재들에 대한 교육과 육성, 그들의 도전을 응원하고 성과를 보상하는 시스템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양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로컬 창업가들에게 주는 제언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복제 불가능한 로컬 콘텐츠 확보에 힘써라. 둘째, 지역 내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를 구축하고 영향력을 강화하라. 셋째, 브랜드 커뮤니티와 크리에이터 생태계 조성에 투자하라. 넷째, 로컬에서의 경쟁우위를 기반으로 전국 시장 진출 전략을 모색하라. 마지막으로, 확장 과정에서도 로컬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브랜드의 일관성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로컬 비즈니스의 본질은 지역 특유의 자원과 문화에 대한 남다른 통찰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를 지역 구성원들과 함께 내재적 가치로 승화시켜 나가는 공동의 여정이다. 이러한 Scale Deep의 과정이 선행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Scale Up이 가능해진다. 우리 시대 로컬 브랜드의 미래는 바로 이 두 축의 조화와 균형 위에서 열릴 것이다.


로컬 비즈니스의 진정한 경쟁력은 지역의 특색을 살린 차별화된 가치 창출과 지속가능한 성장 추구에 있음을 명심하라!



*Scale Deep는 2022년 발표된 Harvard Business Review 논문에서 소개된 개념입니다. https://hbr.org/2022/01/research-how-entrepreneurship-can-revitalize-local-communities


*5월 24일 서울역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리는 Local Creative 2024 행사에서 발표할 기조 강연의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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