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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May 14. 2024

로컬경제, 창조경제의 지역화로 형성되는 생태계

로컬경제, 창조경제의 지역화로 형성되는 생태


한국 경제는 수도권 집중과 지역 간 불균형이라는 오랜 과제를 안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다양한 지역 발전 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로컬경제와 로컬산업이 새로운 지역 혁신의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희망의 싹이 트고 있다. 로컬경제는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 모델로, 문화와 산업, 기술을 아우르는 융복합적 성격을 띤다. 특히 지역 크리에이터의 활약과 함께 로컬산업은 창조성과 혁신을 기반으로 지역 발전을 이끄는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지역사회 자생적 창조능력 강화'를 국정과제 119번으로 설정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로컬경제와 로컬산업 육성에 힘을 싣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에서 로컬경제가 부상하게 된 배경과 의의를 살펴보고, 국정과제 119번의 주요 내용과 추진 현황을 점검한 뒤, 로컬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1. 로컬경제의 부상과 의미

2010년대 초반,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국정 운영의 핵심 기치로 내세웠다. 창조경제는 창의성과 ICT 기술을 결합하여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정부는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창조산업 육성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했다. 문화콘텐츠, 디자인, 소프트웨어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집중 지원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전국에 설치하여 창업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그러나 창조경제 정책은 몇 가지 한계를 노정했다. 첫째, 수도권 중심의 창조산업 육성으로 인해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었다. 둘째, 정부 주도의 하향식 접근으로 인해 민간과 지역의 자발적 참여가 부족했다. 셋째, 창조산업의 범위를 대기업과 연계된 벤처산업으로 지나치게 좁게 설정하여 경제 전반의 혁신을 견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2010년대 후반, 창조경제는 '크리에이터 경제'의 급부상으로 경제 구조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1인 미디어 플랫폼의 확산과 MZ세대의 부상은 개인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크리에이터의 폭발적인 증가를 촉진했다. 이는 중앙집중적이고 대기업 위주였던 기존 경제 구조에 변화를 가져왔으며, 개인과 소상공인, 크리에이터가 경제 활동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창조경제가 추구하던 창조성과 아이디어의 사업화는 플랫폼 중심의 크리에이터 경제가 자리 잡으면서 보편화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크리에이터 경제가 지역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디지털 플랫폼의 발달로 인해 지리적 제약이 사라지면서,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도 충분히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나아가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정체성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생산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역의 매력을 재발견하고 브랜드화하는 데 앞장섰다.


로컬 크리에이터의 활약은 창조경제의 지평을 지역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앙 정부 차원의 창조산업 육성 정책을 넘어, 지역이 주도하는 창의성 기반의 경제 발전 모델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창조경제가 지역화를 통해 새로운 로컬경제 생태계를 창출한 것이다. 로컬경제는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지역발전 모델이다. 로컬 크리에이터, 소상공인, 지역 기업 등이 로컬경제의 주역이다.


이러한 로컬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로컬산업 육성이 필수적이다. 로컬산업이란 지역의 특색 있는 자원과 역량을 활용하여 경쟁력을 확보하는 산업을 의미한다. 로컬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한 리테일과 생활문화 산업, 지역 특화 농수산물을 활용한 외식과 식가공 산업, 주민과 크리에이터 주도의 관광과 문화 산업이 대표적이다.


2.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119번

이러한 배경 속에서 윤석열 정부는 로컬경제와 로컬산업 육성을 국정 과제로 설정하고 본격적인 로컬 콘텐츠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국정과제 119번 "지역사회 자생적 창조능력 강화"는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 로컬 브랜드 지원, 골목상권 활성화, 지역 특화 재생 등을 통해 지역의 창조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제목표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첫째로 지역 대학을 활용하여 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양성하며 지역 단위의 로컬 브랜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의 창의적 인재 발굴과 육성을 도모한다. 둘째로 로컬 브랜드가 모인 골목상권을 '골목산업'으로 육성하고, 로컬 브랜딩을 기반으로 지역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여 로컬 창조생태계를 조성한다. 이는 지역 내 소상공인과 창업자를 지원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 지역 창조 커뮤니티로 기능할 것이다. 셋째로 지역 특화 재생을 통해 지역의 문화 상징성을 제고하고 구도심 상권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정체성을 살리는 동시에, 도시 재생을 통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로컬 크리에이터, 로컬 브랜드, 로컬 인프라, 창조 커뮤니티 등의 분야별 세부 과제가 제시되어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 분야에서는 지역 대학 내 로컬 크리에이터 과정을 신설하고, 실전 창업, 인턴십 등 창업에 필요한 기술을 훈련하는 창업 훈련기관을 육성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로컬 브랜드 분야에서는 부처별 창업 지원 사업을 연계하여 동네 단위 로컬 브랜드를 구축하고,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골목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로컬 인프라 분야는 민간 주도 상권 활성화를 위해 동네상권발전소, 직(職)‧주(住)‧락(樂) 공간을 조성하고, 상권 기획자·발전 기금·민관 협업 투융자 등 제도를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창조 커뮤니티 기반 조성 분야에서는 로컬 브랜딩 마스터플랜 수립, 주민 참여 로컬 브랜딩 생활 실험 등을 통해 로컬 창조 커뮤니티를 단계적으로 확산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맞춤형 종합 지원을 위해 초광역권 지역발전 투자협약 활성화 등을 통한 多지자체-多부처 간 협력 촉진, 지역 특화 로컬 콘텐츠 타운 조성을 위해 지역의 고유자산을 활용한 지역 브랜드화, 청년 창업 지원 등을 통해 콘텐츠가 있는 도시재생을 추진한다.


이러한 과제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새로운 지역 주도 성장모델을 통해 지역의 콘텐츠와 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유형의 지역산업 창출이다. 지역의 자생적 창조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나아가 국가 균형 발전에도 기여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한다.


3. 현재 진행 상황

현재 국정과제 추진 현황이다. 중소벤처기업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들이 협력하여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 지역 브랜드 지원, 도시재생, 문화 자원 확충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로컬 크리에이터', '로컬 브랜드 창출', '장인학교' 등의 사업을 통해 지역의 창의적 인재를 발굴하고, 지역 브랜드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전 성심당, 강릉 테라로사와 같은 성공적인 로컬 기업을 배출하고, 경주 황리단길, 부산 전포동과 같은 특색 있는 로컬 상권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행정안전부는 '로컬 브랜딩' 사업을 통해 지역 단위 로컬경제 환경 조성과 거버넌스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로컬경제 마스터플랜 작성, 거버넌스 구축, 앵커 사업 추진 등을 통해 지역 주도의 로컬 브랜딩을 활성화하고 있다. 또한 '슬기로운 동네생활' 사업으로 주민 주도의 마을 관리 모델을 구축하며 지역 공동체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역 특화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로컬경제의 기반이 되는 도시 공간을 혁신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자원을 활용한 도시재생을 추진하고, '민관협력 지역상생협약'을 통해 민간기업과 지자체 간 협력 기반의 지역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민국 문화도시', '로컬 100선', '15분 문화생활권' 등의 사업을 통해 지역 고유의 문화 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로컬경제와 연계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지역 문화 인프라 구축, 문화 콘텐츠 개발, 문화 관광 활성화 등을 통해 로컬경제의 문화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네 부처의 사업을 종합해 보면, 문화체육관광부가 확충하고 활성화하는 지역 문화 자원을 토대로, 행정안전부가 지역 정부의 민관협력 로컬경제 사업화를 지원하고, 국토교통부가 로컬경제의 활력을 바탕으로 낙후 지역을 재생하며, 중소벤처기업부가 로컬경제의 주체인 로컬 크리에이터와 로컬 상권을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로컬 콘텐츠 생태계 사업은 일반적인 창조도시, 창조산업 정책과 비교해도 차별성이 두드러진다. 창조도시 정책이 도시 재생과 문화예술 인프라에 방점을 뒀다면, 윤 정부의 정책은 로컬 브랜드 창출, 장인 육성 등 지역 비즈니스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다. 창조산업 정책이 특정 영역에 한정됐다면, 로컬 콘텐츠는 지역 경제를 대상으로 지역 자원을 아우르는 생태계적 지원을 지향한다.


민간에서도 로컬 브랜드와 상권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유통 대기업들은 지역 특산품 판매, 로컬 푸드 매장 운영 등을 통해 로컬경제 활성화에 동참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들은 지역 상권 디지털 전환 지원, 로컬 콘텐츠 발굴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코오롱의 '에피그램 로컬 프로젝트', 신세계의 '로컬이 신세계' 등 기업의 로컬 브랜드 육성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로컬 크리에이터와 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지역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한편, 로컬 콘텐츠 발굴 및 사업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강원, 제주 등 로컬경제 선도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 내외의 다양한 주체들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로컬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처럼 국정과제 119번은 정부 부처와 지자체, 민간 기업, 지역 혁신 기관 등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 속에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 발굴부터 브랜드 육성, 인프라 구축, 지역 재생에 이르기까지 로컬경제 활성화를 위한 종합적인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노력들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지역사회의 자생적 창조 역량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4. 향후 과제

국정과제 119번이 더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과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로컬경제가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부처 간 정책 연계와 조율이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다양한 부처가 로컬경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부처별 사업이 개별적으로 진행되다 보면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범부처 차원의 정책 조정 메커니즘을 마련하고, 부처 간 협업을 활성화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둘째, 로컬경제 전담 지원 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 현재 로컬경제 지원은 여러 부처와 기관으로 분산되어 있어 체계적인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로컬 콘텐츠 진흥원'과 같은 전담기구가 콘텐츠 사업화, 브랜드 상권 조성, 메이커스페이스 운영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로컬 콘텐츠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술 지원 센터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셋째, 중앙정부, 지방정부, 민간이 협력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로컬경제는 지역 주도성과 민관협력이 핵심인 만큼, 중앙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방정부가 로컬경제 정책의 주체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민간 참여를 활성화하는 개방형 혁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단위에서 로컬 크리에이터, 지역 기업, 대학,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로컬경제의 핵심 동력인 만큼, 이들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로컬 콘텐츠에 특화된 새로운 유형의 메이커 스페이스, 즉 로컬 메이커 스페이스를 통해 창작 공간 제공, 창업 교육, 멘토링, 금융 지원 등 로컬 크리에이터의 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 로컬 메이커 스페이스는 또한 로컬 크리에이터 간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하여 협업과 시너지 창출을 도모하는 로컬 커뮤니티 거점 공간으로 기능한다.


다섯째, 로컬 브랜드의 가치 제고와 판로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로컬 브랜드가 지역을 넘어 전국적,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브랜드 스토리텔링, 품질 관리, 마케팅 등 다각도의 노력이 요구된다. 로컬 브랜드의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다각화, 해외 진출 지원, 지역 브랜드 박람회 개최 등을 통해 로컬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판로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여섯째, 주민 주도의 로컬 콘텐츠 사업 발굴과 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 로컬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민 공모사업, 주민 참여 예산제 등을 통해 주민이 로컬 콘텐츠 사업의 기획부터 실행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주민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컨설팅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로컬경제는 지역의 자생적 창조 역량을 기반으로 경제적 가치와 사회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다. 시작은 2010년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창조경제의 지역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새로운 성장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이 협력하여 위에서 제시한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면, 로컬산업은 지역 발전과 국가 균형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로컬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인내심을 갖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로컬의 가치와 잠재력을 믿고, 지역 주도의 자발적 혁신을 지원하는 정부의 일관된 정책 의지가 요구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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