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토요일 아침, 작은 도시의 로컬 시장에서 우연히 귀를 기울였던 대화가 있다. 한 농부가 자신이 재배한 토마토의 이야기를 나누고, 옆 가게의 빵집 주인이 오늘 아침에 구운 신선한 빵을 소개한다.
이런 평범해 보이는 순간들이 바로 우리 지역 사회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순간이다. 지역 사회의 연결성은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러한 작은 대화, 상호 작용에서 비롯되며, 이것이 모여 강력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이러한 연결들은 지역 사회 내 다양한 구성원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지역 연결의 일상성과 지속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를 소개한다. 캐나다 드라마 호프밸리Hope Valley에서 등장하는 동네 베이커리 이야기다. 광산 사고로 남편과 아들을 잃은 아비게일Abigail이 용감하게 자신이 잘 만드는 비스킷, 파이를 파는 카페Abigail’s Cafe를 오픈한다. 많이 걱정했지만 카페를 연 첫날 아침 많은 사람이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다.
마을 사람들은 빵 굽는 냄새와 커피 향에 끌려 가게로 왔다고 말한다.
지역을 연결하는 사람들의 힘은 서로를 알아가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이는 더 큰 목표로 발전한다.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사회의 삶의 질을 향상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한다. 이러한 연결성은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주며, 우리 각자가 지역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게 한다.
지역 사회를 단순히 지리적 경계로만 정의할 수 없다. 그것은 사람들 사이의 상호 작용과 관계로 이루어진 복잡한 네트워크이며, 이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는 서로를 지원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이 연결망은 지역 주민, 기업, 교육 기관, 비영리 단체, 지방 정부 등 다양한 주체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지역 사회에 기여한다.
지역 리더들의 역할
지역 사회의 각 구성원이 어떻게 이 연결성에 기여하는지부터 시작해 보겠다. 지역 사회에서 리더십 그룹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리더들은 지역 사회의 비전을 설정하고, 자원을 동원하며,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지역의 리더십 그룹이란 지역 은행, 기업, 언론, 로펌 등 지역의 앵커 기관을 이끄는 리더들의 사회다.
미국 도시가 번성했던 1970년대 이전에는 이들 지역 사회 엘리트가 지역발전을 견인했다. 모두 지역 기반으로 사업을 하므로 지역 활력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한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산업이 전국화되면서 지역 기업과 기관은 전국 기업과 기관에 흡수된다. 지역 은행, 법률 사무소, 언론 등이 사라지거나 약화되었다. 한국 사회 역시 지역 은행 등 중앙 집중화로 인해 약화된 지역 기관을 복원하는 것을 지역 공동체 강화의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
지역 사회의 중심엔 리더십만큼 중요한 구심점 개념이 존재한다.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역 공동체에 대해 논할 때 주로 주민단체나 시민단체를 생각하지만, 실제로 전통적인 지역 공동체의 구심점은 종교단체, 학교, 상권 등이다.
영화 <파운더>는 맥도널드 창업기를 통해 미국 중소 도시 공동체에서 법원과 교회를 건축적 랜드마크로 제시한다. 맥도널드 창업가는 미국 어디든 맥도널드 매장을 법원, 교회와 함께 지역 공동체의 상징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이는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교회, 학교, 상권이 지역 사회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나타낸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과연 교회, 학교, 기업 등이 지역 사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충분히 다하고 있는가?
지역 공동체의 복원과 상생을 위해서는 단순히 지역 기업과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교회, 학교, 도서관, 미술관 등 공공 기관 전반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호프밸리와 로컬 시장 사례가 보여주듯이, 로컬 상권은 지역 사회 내에서 접근하기 쉽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구심점이다. 로컬 상권은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지역과 주민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는 강력한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다. 로컬 상권이 활성화됨으로써 지역 사회의 정체성이 강화되고, 주민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지역 사회 전체의 활력과 상생을 도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지역 사회를 연결하는 로컬 상권의 중요성
로컬 상권이 지역 사회 연결의 핵심적인 무대로 작용하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로컬 상권은 지역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만나고 소통하는 장소다. 여기에서 만남은 단순한 상거래를 넘어서, 지역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유대감과 소속감을 형성하는 기회가 된다. 사람들이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되고, 지역 내의 소식을 공유하며, 공동의 관심사에 관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커뮤니티는 더욱 단단해진다.
둘째, 로컬 상권은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를 반영하고 창출하는 장소다. 각 로컬 상권은 그 지역의 역사, 전통, 특성을 담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역의 독특한 매력을 강조한다. 이는 지역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며, 방문객에게는 그 지역을 기억에 남는 장소로 만든다. 로컬의 다양한 가게와 서비스는 지역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미디어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지역 사회의 연결성과 동질감이 강화된다.
셋째, 로컬 상권은 지역 경제의 핵심이다. 돈이 지역 내에서 지역 내로 순환함으로써, 지역 경제는 더욱 활성화되고 지역 사회의 안정성이 증진된다. 지역 기업이 번창하면 고용이 창출되고, 이는 다시 지역 주민들의 생활 수준 향상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경제적 순환은 지역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의지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지역 사회의 결속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넷째, 로컬 상권은 지역 사회 내에서 혁신과 창업의 요람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이 실험되고, 지역 사회 내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소개하는 기회가 된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은 새로운 기술이나 트렌드에 대해 배우고, 이를 일상생활에 통합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 혁신은 지역 사회의 활력을 불어넣으며 다시 지역 사회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로컬 상권의 이러한 역할은 지역 사회를 더욱 연결된, 생기 넘치는 곳으로 만든다. 로컬 상권은 단순한 경제 활동의 장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나고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커뮤니티의 중심이다. 이는 왜 로컬 상권이 지역 사회를 연결하는 데 중요한 무대인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로컬 상권이 지역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도구임을 이해했다면, 이제는 이 변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마포구 사이골목 프로젝트’를 통해 살펴보자.
마포구 사이골목 프로젝트 사례
마포구의 사이골목 프로젝트는 로컬 상권 활성화의 눈에 띄는 사례 중 하나로, 청년 일자리 창출과 소상공인 및 사회적 경제와의 협업을 통해 상권 홍보와 마케팅을 지원하는 혁신적인 접근 방식이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핫플레이스뿐만 아니라 일반 골목 상권까지 지원하여 다양한 유형의 상권을 포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크리에이터 상권부터 전통시장, 아파트 단지 상권, 대로변 상권, 생활밀착형 상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가 포함된다.
사이골목 소개문이다:
사이골목은 청년 로컬 에디터가 골목을 찾아다니며 마포지역의 골목 스토리를 아카이빙하고 소상공인 홍보를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지역 밀착형 월간지 <사이골목> 발행을 시작으로, 홍보물 제작과 SNS 교육 등 골목상권 및 소상공인 맞춤형 홍보/마케팅을 통해 골목경제 활성화를 지원합니다.
사이골목 프로젝트는 청년 로컬 에디터들이 마포 지역 골목골목을 탐방하며 그곳의 스토리를 아카이빙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상공인을 위한 홍보물을 제작하고 SNS 교육을 실시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맞춤형 홍보와 마케팅을 제공함으로써 골목 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한다.
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측면 중 하나는 로컬 브랜딩에 대한 접근이다. 사이골목 프로젝트는 상권과 지역 콘텐츠를 매거진 형태로 발굴하고 홍보하는 작업을 중시하며, 이를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다. 이 과정에서는 지역의 지명을 활용하며, 콘텐츠의 축적을 통해 브랜드의 독특함을 살린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로컬 상권의 활성화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연결성과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사이골목 프로젝트는 지역 사회 내에서의 상호작용과 협력을 촉진하며,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지역 사회 구성원에게 자긍심과 소속감을 제공한다. 이처럼 사이골목 프로젝트는 지역 상권 활성화의 모범적인 사례로서, 다른 지역의 상인회와 지방 정부가 참고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서울의 지역 사회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동네라고 불리는 소지역 생활권과 로컬 상권은 지역 사회의 중심축을 이룬다. 서울시가 ‘100개의 서울’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도시는 수많은 독립된 생활권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각은 자체적인 문화와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생활권은 다양한 상권을 중심으로 형성되며, 상권은 그 지역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활동의 핵심 무대가 된다. 서울의 동네는 그 지역만의 독특한 매력과 가치를 제공하며, 이는 도시 전체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만들어낸다.
동네와 생활권을 뒷받침하는 로컬 상권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로, 상권이 성장하고 번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필수적이다. 이는 로컬 상권 조성과 지원에 집중하는 정책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상권 내의 소상공인과 크리에이터가 협력하여 새로운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협력을 통해 상권은 더 매력적이고 경쟁력 있는 곳으로 변모할 수 있다.
서울에서 상권은 단순히 상업 활동이 일어나는 곳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각 상권은 그 지역의 문화와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중심지로 작용하며, 주민에게 만남의 장소와 소통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상권을 통해 서울의 로컬은 서로 다른 이야기와 삶의 방식을 공유하며, 도시 전체의 연결성과 통합성을 강화한다. 따라서, 서울의 상권 중심의 지역 사회 형성은 도시의 다양성과 활력의 핵심 요소로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 연결의 리더십은 중추 기관이나 소수의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역 주민 개인도 자신의 방식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는 지역 사회 내에서의 작은 변화부터 시작될 수 있다. 지역 사회의 다양한 주체들 사이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것이 지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지역 사회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점은, 새로운 커뮤니티를 창출하는 것이 항상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이미 속해 있고 활동하는 학교, 도서관, 상권, 종교단체와 같은 기존의 커뮤니티 내에서 시작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이러한 공간은 우리 일상에 깊숙이 연결되어 있고, 이미 공통된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지역을 연결하는 사람들의 힘은 바로 이러한 기존의 커뮤니티를 활용하여, 지역 사회가 직면한 도전을 극복하고 더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출처: 모양모양 Vol.9, 양천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