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효 Apr 16. 2023

꼰대를 위한 변명 1

MZ만이 사는 세상

 몇 년 전부터 MZ세대라는 용어가 나오더니 온통 MZ열풍이다.


 특히 요즘은 기성세대의 상식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이는 MZ세대의 행동을 은근슬쩍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나 영상이 많다. 나도 그런 기사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차고 있었는데, 얼마 전 한 기사의 댓글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MZ세대의 행동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듯한 사람이 쓴 댓글에 여러 개의 대댓글이 달렸는데, 내 예상과는 달리 ‘꼰대냐?’, ‘흥선대원군 납셨다’, ‘아재요 한복 입고 널이나 뛰세요’ 등 비난 일색이었던 것이다.


 이 댓글들을 읽고 ‘어느새 내가 나이가 들어 젊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못 따라가고 꼰대처럼 생각했나’ 라며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왜 사람들은 꼰대가 될까?


 TV, 컴퓨터 등 기계 작동을 비롯하여 어떤 결과물을 창출해 내기 위해서는 input이 있어야 한다. 즉, 사람도 input이 있어야 output이 있는 것이 당연하므로 무언가를 알아가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input이 필요하다.


 그런데 젊은 시절 여러 가지 시도와 경험을 중시했던 것과는 달리, 나이가 들수록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input 자체가 줄어든다.


 또한 모든 것이 자유로웠던 솔로 시절과 달리 가족이 생기거나 나이가 들어가며,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바뀌기 때문에 이 전에 열광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흥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똑같은 생활과 일이 지속되고 가치관이 변하다 보면 점점 새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지고 새로운 것에 투자하는 시간과 열정도 사그라드는 것이다.         




 이를 보면 사람에게는 각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량이 있기 때문에 그 한계치에 다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신문물을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음악 듣는 것을 정말 좋아해서 학창 시절 워크맨부터 CD플레이어를 거쳐 MP3까지 오면서 수 만 가지의 곡을 들었다. 대학생 때는 작곡 동아리에 가입하여 동아리원들과 매일 음악을 추천하고 신보를 섭렵하며 새로운 음악을 늘 갈구했다.


 그랬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지 않는다.


 예전에 듣던 음악이나 좋아했던 음악들을 돌려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우며 새로운 음악을 들어도 예전만큼의 충격이나 강렬히 빠져드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음악에 대한 나의 용량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느끼며 지금은 이미 저장된 음악 안에서 즐길 뿐이다.



(2편에서 계속)

작가의 이전글 MBTI는 J, 통제광의 미니멀라이프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