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회사의 존재 이유, 진짜 없을까?
어떤 사업가는 대단한 비전을 가진 듯 보이고 어떤 사업가는 돈 벌기만이 목적인 듯 보인다. 주변에 사업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 그 사업 왜 하는지' 한 번 물어보자. 선뜻 한 문장으로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다고 의심하는 눈초리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그런 사업가 중 한 명이었다. 누가 사업 왜 하냐고 물어보면 '남이 시키는 것만 하는 성격이 못돼서', '돈 많이 벌려고', '내 꺼 하고 싶어서' 뭐 이런 시시한 대답만 했었다.
물론 지금은 버튼만 누르면 입에서 바로 튀어나오는 게 우리 회사의 존재 이유다. 있어 보이는 말로는 '기업의 미션과 비전' 이다. 돈 벌려고 시작했던 사업, 돈이 목적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깨닫고 나니 더 잘 풀렸다.
나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수업시간에 우연히 유럽의 거리 사진을 보게 됐다. 길거리에 쓰레기통도 예뻤다. 아니 쓰레기통인지 몰랐다. 다시 보고 알았다. 충격이었다. 저게 쓰레기통이라고? 2005년 즈음의 일이다.
지금이야 우리나라도 세련되고 멋지지만 내가 대학생이던 그때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당연히 그게 최선인 줄 알고 살았다.(이렇게 쓰니 엄청 어르신 같은데 그 정도 나이는 아님^^) 부잣집 친구네 대형 화분 같은 물건이 길거리에서 쓰레기통 역할을 하고 있다니.
빈부격차는 있을지언정 시골 마을은 시골 마을대로 도시는 도시대로 아름다웠다. 부러웠다. 어릴 때부터 그런 것들을 보고 자란 사람들. 그 사람들이 만든 마을, 도시, 나라. 아름다울 수밖에 없겠다. 우리도 일상이 아름다운 공간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으로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건 아니고 그냥 어린 마음에 환상 정도였다. 우와 저 나라 사람들 너무 좋겠다~ 정도.
어떤 한 명의 디자이너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개인도 성장해야 하고 브랜드와 기업도 성장해야 한다. 우리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영감을 받든,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감각적으로 성장해 있든. 감각적인 것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이게 내가 사업하는 이유다.
26살부터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업을 해봤다. 살아남는 게 중요했고 성공하는 게 우선이었다. 무엇을 위해서 하는지를 잊고 달리기만 했다. 다행히 이제는 자리도 좀 잡았고 삶에 여유가 생겨 가끔 나를 돌아보는 시간도 갖고 그런다.(많이 컸다.) 기업 미션? 그런 거 없이 그냥 달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사실은 계속 가슴속에 있었다. 그리고 그걸 문장으로 정리한 게 3년 전쯤이다. 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무렵이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알게 됐다. 역시 책은 내 인생의 은인이다.)
목적 있는 삶을 산다는 게 이런 거구나.
존재 이유가 있는 회사라는 게 이런 거구나.
우리 회사의 미션은,
’경험에 감각을 더해 일상에 영감을 선물하는 것‘이다.
이게 존재 이유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하루 정도 시간을 완전히 빼서 생각해보면 좋겠다. 나 그냥 돈 벌려고 한 건데? 어쩌다 보니 하게 된 건데?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니다. 생각해보라. 생각해보면 분명히 있다. 내가 이 사업을 왜 시작했는지. 한 사람에게든 많은 사람에게든 세상에게든. 어디에 어떤 기여를 하고 싶어서 시작했는지. 현실이 너무 팍팍해서 미처 꺼내어 보지 못했을 뿐이다. 분명히 있다.
직장인도 프리랜서도 마찬가지다. 분명히 있다. 이유가 있다. 내가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 이유. 현실이라는 포장지로 꽁꽁 싸놓고 아직 못 만난 것뿐이다. 계속 한 장 한 장 까 보면 분명히 나온다. 그 안에 있다. 이유.
그게 당신 인생, 당신이 하는 일, 당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미션이고 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