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렇게 흘러갔을 뿐

by 리케

"오 년이 지나는 동안 둘은 다양한 사람을 만났으나

그보다 많은 사람과 헤어졌고

몇몇은 다시는 안 볼 사이가 되었다"


김기태의 단편소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에 나오는 문장이다.


불면의 밤이었다.

이것저것 폰을 뒤지며 시간을 보냈다.

잠이 오지 않을 행동만 해놓고, 그 탓을 불면증에게 돌리고 있었다.

연락처에서는 이미 사라져 버려 소식도 알지 못하는 이름 세 글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카카오톡의 추천 친구에 뜨곤 했는데, 그마저도 사라졌다.

지난 문자를 뒤져봤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 삭제된 듯했다.

속속들이 알고 지내던 사람인데, 이제는 번호조차 모른다.

해처럼 환하게 웃던 얼굴이 스쳐간다.


언제부터, 무엇 때문에 멀어지게 되었을까.

설마 죽은 걸까.
죽었대도 소식을 알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구나 싶어 가슴 한편이 씁쓸하다.

씁쓸하지만 슬프지는 않다. 묘한 감정이다.




"어떤 사람들은 떠나고, 그들이 돌아올 때는 그들이 더 이상

당신의 삶에 맞지 않는다. 적개심이 아니라 시간이 문제다."


페이스북에 부유하듯 떠다니는 문장이다.


긴 시간의 강이 갈라놓은 어떤 인연은 다시 이어 붙이려 했지만 실패했다.

마치 지구 반대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시차의 벽을 넘기가 어려웠다.

그들은 어떻게 내 시간에서 사라져 버렸을까.

사라져 버릴 만한 사유가 있었을 것이고, 인연의 끝이 찾아온 이유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 이유를 다 안다 한들, 달라질 건 없다.

그저 그렇게 흘러갔을 뿐.



예전과 지금의 차이라면, '그저 그렇게 흘러갔을 뿐'이라는 말의 의미를

어슴프레 알 것 같다는 점이다.

거스르려는 노력이 무의미하다는 것,

노력한다고 해서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수없이 얽히고 이어진 연기법 속에서 나만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 쯤은 이제 안다.




나도 누군가에겐 지워진 이름이었고,

그들의 시간에서 멀어진 존재중 하나일 것이다.

마지막 카톡을 나눈 지 어느덧 여러 해가 되어갈 무렵, 불쑥 찾아오는 스산함 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인연이 내 앞에 놓이고 이어진다.

지워지고, 또 채워진다.

매번 처음처럼, 그러나 결코 같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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