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릴케 Oct 05. 2024

릴리의 정원

챕터 12. 종이비행기에 타보다

수직 도시에서 떨어지는 수많은 책들 의 이야기 중 한 페이지가 살짝 떨어지더니 각 도시로 자리를 찾아가는 책들의 잉크를 따라간다.


펄럭이며 수많은 책들의 도시를 기록하는 투명하고 아주 큰 페이지는 별들이 쏟아지는 보랏빛 우주공간의 가운데서 빛나는 구슬과 쏟아지는 별들의 뒤편에서 남색으로 빛나는 공간으로 살며시 들어간다.


자, 빠르게 한 번 보여줄게. 잘 따라와 봐.


보랏빛 우주에서 떨어지는 별들의 장면을 접어 낸 투명한 페이지는 마치 공간이 접혀 종이비행기처럼 보이는 듯하다. 종이비행기는 남색으로 빛나는 공간으로 가 종이비행기에 담겨있는 보랏빛 공간을 풀어논다. 종이비행기는 빠르게 날아가 검은색과 회색이 섞인 높은 절벽을 올라가고 눈 내리는 절벽 위에 유령의 연인인 남자가 서있다. 장면은 흐르면서 또 어디론가 날아간다. 러시아로 시간을 돌린 종이비행기는 어느 순간 지구의 배경을 담고 있었고 그곳에서 러시아의 장교와 유령의 연인이 겹쳐 보인다.


순간 종이비행기는 수학 공식들이 써져 있는 어떤 노트의 장면을 담아냈고 노트에 적히는 잉크에 끌려 하마 타면 노트에서 나올 수 없을 뻔했다.


하얀색 페이지 위에 검은색 잉크로 채워지는 공식들을 가까이 잡아 화면을 돌려보기도 하고, 텍스트를 따라가 시선을 맞춰본다. 이윽고 화면을 멀리 잡자 하얀색 페이지 위에 정갈하게 쓰인 텍스트들이 보인다.


종이비행기는 또다시 펼쳐지더니 일렁이면서 어떤 책의 챕터가 쓰여있는 홈페이지를 비춘다. 화면의 뒤편에서 텍스트를 밀어 여자의 눈에 보이게 하고 여자는 책의 챕터를 읽으면서 뿌듯해한다.

여자의 우주에 큰 도화지가 펼쳐져 있다. 아주 큰 백지에 텍스트를 써 내려가는 어린 시절의 여자이다.

커다란 한 페이지에 수많은 책들의 텍스트를 전부 써 내려간 여자는 이제 페이지를 오려내 한 권, 한 권

어느 대학의 출판사에 출판을 맡겼다.


페이지들의 잉크가 펼쳐진 우주공간의 수많은 도시들에서 여자를 반기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 도시를 먼저 가볼까 고민하던 여자는 일단 책을 써 여행경비를 마련하기로 한다. 여자가 다음 여행지로 가볼 도시는 조금 전 보았던 검고 회색빛이 도는 절벽의 시나리오를 찾아서 나리오의 도시에 가보기로 했다.


'시나리오의 도시와 영화 브랜드 도시인 UI에 가야지. 가서 내 시나리오를 되찾아와야지.

아무한테도 주지 않고 내가 가져야지. 처음부터 내 거였으니까. 여자가 뭘 하든 난 꼭 이런 마음으로 여자와 함께 해야지. 출판의 날을 하나씩 늘려 그날만을 기다리게 해야지. 월요일에 출판될 책들은 월요일을 기다리게 하고, 나에게 의지하게 하고 그런 다음 책이 완결이 나면 다 가져다 버려야지. 자에게 내가 버린 쓰레기들을 읽게 해야지. 여자가 쓰는 책들은 전부 내 책인데, 꼭 빼앗길 수밖에 없다면 빼앗기기 전에 버려버려야지. 이게 내 최선이야. 책이 출판된다는 결말은 달라지지 않아. 하지만 나는 책을 내어준 적 없고 버린 거야.' -?



이전 13화 릴리의 정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