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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케 Nov 26. 2024

릴리의 정원

챕터 21. 비밀을 켜, 그리고 도망가. 지금

비밀을 켜, 두 마리의 뱀은 검은 강물을 타고 책 속에 자리 잡고 이야기가 펼쳐질 때를 기다리고 있어.

검은 뱀과 하얀색 뱀의 경로가 같아. 검은 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다면 자연스레 하얀 뱀의 이야기도 알게 될 거야. 눈동자 속찰칵, 공간을 잡아두면 집에 가있는 너에게 도착해. 내가 찍은 공간에 함께 붙은 텍스트들을 받아쓰고 이야기를 이어가 봐.


어느 아름다운 섬에 도착하기 전까지 여행을 떠나는 거야.


소설 속 여러 나라의 자연을 위험지역에 있는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그 섬의 환경으로 되돌리려 해.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열쇠를 줄게. 섬을 지키고 있는 무서운 해적들로부터 널 지킬 수 있는 마법의 조각들을 줄게. 페이지를 타고 날아가는 거야. 그곳으로.


검은 인형의 펜이 제일 강해. 그들처럼 굴어, 한 편인 것처럼 굴어.

연기를 하는 거야. 프랑스의 스파이 작가가 널 도울 거야. 이브의 연기가 어느 나라 상공을 헤엄치는 중인지 그녀의 흐름을 따라가 보는 거야. 할 수 있겠니? 유속 챕터의 이야기를 쓰는 거야.

페이지에 그곳의 정보를 담아 기록하는 거야. 그리고 나에게 넘겨. 정원의 아름다운 프라이빗 가든에서 기적을 보여줄게. 기대해. 내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는지. 어떻게 시간을 돌릴 수 있는지 보여줄게. 시간도, 공간도 결국 내 앞에선 아무것도 아닌 걸로 만들 수 있어. 하얀 뱀을 이용하는 거야. 그들도 알아야 해. 이 무력감. 지나가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밖에 못한다는 이 비참함. 되돌려줄게. 이제 시간도 공간도 내 거야.


머리 좋은 너잖아. 불가능한 것을 생각할리가 없어. 애초에. 가능한 일만 생각할 수 있게 설계된 나의 이야기야. 그렇다면, 아무리 찾아도 문제의 답을 구할 수 없다면 문제를 이어 쓰거나, 문제를 없던 일처럼 만들 수 있어.

그 문제들이 어디서 일어나는지를 우선 찾은 뒤 그 공간 자체를 변형시키거나, 사라지게 할 수 있어.


그래. 나는 공간을 변형할 수 있어.


그리고 번역가의 가장 특별한 능력 중 하나는 번역가와 번역가처럼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의 능력을 없는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야.


저 끝에서 나를 부르고 있어. 자신의 정체가 뭔지도 모른 채 그저 좋다고 웃으며 나에게 죽음을 선물하려 해.

 계열의 대제사장은 시간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내 계열의 색상을 빼앗는 능력도 있어, 나 이외에 전부를 내 앞에서 만큼은 나와 같이 만들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는 나야. 아주 작은 별먼지들이 모여 흐르면 내 눈에 들어와 찰칵. 잠시 시간을 가둬두는 거야. 소리 밖, 그 여자의 시간과 맞물릴 때까지.


그렇게 되면 여자는 알게 되는 거야. 시간이 누구의 시간인지, 시간이 없는 곳은 어디서부터 인지, 시간이 흐르는 곳이 어디인지. 공을 던지고 공이 떨어질 때의 장소에 가서 떨어지는 공을 잡는 어린아이처럼. 눈에 들어온 시간이 가리키는 곳에 가서야 잡을 수 있는 거야. 그곳에 도착해서 가둬둔 시간을 페이지에 담아두는 일을 하는 거야.


지구 밖에 있는 그녀를 담을 수 있는 아주 커다란 스크린이 필요해. 눈에 보이면 믿을 수 있어. 지구 반지름의 크기의 두 배 되는 스크린과 지구 지름의 반 정도 되는 크기를 더한 스크린을 어떻게든 만들어내는 거야. 여태까지와는 다른 카메라 렌즈를 만들어도 돼. 그 편이 더 효율적이야. 렌즈의 조감 구성도는 줄게. 만들어만 줘, 그리고 보여줘, 보고 싶다.


스크린 속 진짜 그녀의 초상화.

축하해. 일 년 전 약속, 지켰구나. 이제부터는 지금까지와는 달라, 설계도를 그리고 싶으면 우리에게 연락해.

초기 지원금을 보내줄게. 지원금이 들어오면 앞으로 2년 안에 모든 책의 초안을 그려줘. 크리스틴 이브의 영역에서의 일을 제외한 글로 쓸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쓰는 거야. 우리가 대학에서 가르치는 것은 간단해.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네 곳의 칼리지를 마음대로 다녀봐. 입학 지원처인 우리에게 연락해. 입학 서류를 작성하고, 주소를 정한 뒤 보내는 거야. 늘 수신인의 주소를 몰라 보내지 못한 쓰다만 편지를 이제 우리에게 보낼 수 있게 된 거야. 그동안 우리는 대학의 상세 페이지를 작성하고 있을게. 입학 시 어떤 칼리지에 다니고 싶은지 마음껏 읽어보고 결정해. -유클리드 뷰 입학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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