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의 구조적 불리함, '배민'의 M&A 사례
배민은 한국을 왜 떠났나?
한국 시장에서 '우아한 형제들' (이하 '배민')이 상장하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 의미가 꽤나 컸다. 그러나, 그들은 코스닥 상장이 아니라 M&A를 택했다. 한국 시장과 투자자 관점에서는 꽤나 아쉬운 일일 테지만 배민의 이와 같은 선택에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고, 이는 국내 소수의 유니콘 기업들이 성장과 함께 마주하게 되는 딜레마와 다르지 않다.
첫 번째 이유는 경영진의 지분 확보율 감소다. 김봉진 대표를 비롯한 창업자들의 지분은 13% 정도로 추정되었는데, 이는 기타 유니콘 기업들에 비해 꽤나 낮은 수치이며 외부의 투자로 인해 지분이 많이 희석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대주주 지분이 많이 희석된 상황에서 IPO(기업 공개)를 실행하게 되면 신규 투자자를 모집하는 신주발행과 기존 주주들 보유 지분을 엑시트(Exit)하는 구주매출 방식 사이에서 투자자와 창업자 사이에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인 예시는 해당 링크에서 참조하였다. 때문에 배민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가치를 높게 책정하는 다른 모기업을 찾아 엑시트(Exit)를 수행하고 그 모기업의 배민에 대한 투자를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한국 시장의 구조적 문제이다. 배민의 핵심 경쟁력은 AI와 Deep-Tech를 앞세워 가짜 리뷰 판독 AI와 자율 주행 배달 로봇 등의 기술 기반 신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 가치가 한국 시장 상장 시에는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딜리버리 히어로'가 상장한 독일 시장은 한국 시장보다 더 거대한 시장과 자본의 규모를 갖추고 있고, 배민의 성장 잠재력을 더 높이 평가할 것이라 기대했을 것이다. 결국, 배민의 엑시트는 현재 새로이 성장하는 산업을 기존의 레거시 대기업들이 품을 수도 없고,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참여시켜서 시장의 발전을 한 단계 도모할 수도 없는 현실을 그대로 나타내 준 것이다. 동시에 국내에서 상장할 시 국정감사를 명목으로 국회 이곳저곳에 소환되었던 '타다'서비스의 경우와 유사한 상황만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다소 서글프다.
벤처캐피탈, 대기업. 스타트업 투자는 외면?
국내 벤처캐피털들은 순수한 ICT 기술 기업에 투자해 본 경험이 많지 않아 매출 증가 등 눈에 보이는 '지표'가 나와야 후속 투자를 결정하는 경향이 많다. 따라서 O2O 서비스 스타트업에 비해 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외면받기 십상이다. 게다가 대기업의 경우에는 타 법인 지분을 30% 이상 소유할 경우 그 회사는 대기업 계열사로 분류되도록 법이 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상 제약을 피하기 위해 스타트업과의 M&A에 큰 필요성을 못 느낀다. 필요하면 주요 인재를 빼오거나 비슷한 제품을 모방해서 내놓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엑시트의 주요한 방안으로서 M&A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로운 도전자들이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와 각종 기득권의 텃세를 없애야 한다. M&A와 관련된 복잡한 제도를 간소화하고 세금 혜택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정책의 일환으로, 실제로 정부는 기술혁신형 M&A의 주식인수비율 조건을 상장회사와 같은 수준으로 완화하고 피합병법인의 주주에게 지급하는 대가 중 현금 지급 비율을 80% 초과가 아니라 50% 초과로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한 M&A를 주선하고 진행하는 전문회사와 전문가들이 늘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인수 합병 절차에 담긴 무형의 가치에 중요성을 부여하고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가 생겨날 수 있다.
스타트업의 출구 전략에서 M&A가 무조건적인 정답이 되지는 못 한다. M&A의 인색한 대기업은 스타트업이 매력적인 서비스로 시장을 선점하거나 따라잡기 힘든 기술을 갖추는 것이 먼저라고 항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매출이 없다', '경영진이 경험이 없다'라는 이유만으로 구체적인 M&A 기준 없이 단기적인 관점만을 일관한다면 자생적 창업 생태계 조성은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다. 스타트업을 인수하려는 기존 기업들의 활발한 인수·합병 움직임이야말로 스타트업 창업자의 창업 의지를 더욱 자극하는 인센티브로 작용한다. 건실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있어야 오늘날의 경제를 이끌어 갈 건실한 기업들이 탄생할 것이고, 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IPO위주의 일방향적인 출구 전략이 아니라 다양한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배민의 M&A는 국내 시장의 어두운 면을 비추는 동시에
어둠을 드리워 낼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