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라도 보니 좋네

2024년 12월 말, 2025년 1월 5일

by 리르리안

반갑습니다.

세상에, 일요일에 이런 눈이라니. 다음 날 출근을 하셔야 하는 분들과 내일 일정이 있어 버스를 타고 멀리 나가야 하는 스스로에게 위로를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작년 연말 —이라고 해봤자 불과 2주 전, 고등학교 친구들과 연말 모임을 했습니다. 당시에 비상계엄이 나왔다 들어간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던 시점이어서 연말 분위기가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번화가에는 삼삼오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저마다의 연말을 즐기는 사람들로 복작댔습니다.


이렇게 큰 연말 모임이 몇 년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코로나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그전에도 이렇게 10명 가까이 되는 친구를 전부 한 자리에 모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단톡방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방 안의 모든 인원을 만나기에는 각자의 시간이, 그리고 각자의 공간이 달라졌기 때문이죠. 결혼을 한 지 8년이 넘은 친구부터, 최근 아이를 얻어 육아에 전념하는 — 때문에 결국 모임에는 나오지 못한 친구, 교사가 된 지 10년 언저리가 된 친구, 각자 열심히 자기 자리에서 일하는 친구들, 그리고 재취업에 실패해 허덕거리는 친구(라고 쓰고 '나'라고 읽으면 됩니다)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단 하나의 구심점을 갖고 여태 단톡방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작년도 그냥 넘어갈 뻔했습니다. 이제 이 30대 중반 남자들의 모임을 성사시키기에는 단순히 "연말"이란 두 글자는 무거운 몸을 끌고 그 추운 날 밖에 나오게 할 수 있는 설득의 수단이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작년에는 이들을 모두 모을 수 있는 단어를 한 친구가 가지고 있었죠. 바로 "결혼"입니다.


그렇게 작년 연말 모임은 청첩장 모임을 겸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청첩장 모임이 연말 모임을 겸하게 된 것이겠죠. 이렇게라도 친구들이 한 곳에 모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실물을 본 것이 3년도 넘은 친구부터 엊그제 집들이 때문에 본 친구까지 다 모이고 나니 뭔가 신기합니다. 예전에는 "오랜만에 봐서 시답잖은 이야기만 해도 편하고 좋다"는 말을 말로만 했었던 것 같은데, 그걸 실제로 느끼고 있으니 말이죠. 물론 학생에서 직장인, 미혼에서 일부는 기혼으로 신분이 바뀐 만큼 취업 이야기가 재테크로 바뀌긴 했지만, 그걸 빼면 똑같은 이야기의 반복인 것 같은데도 새롭고 재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 이 친구들은 두 달 뒤에 또 보게 되겠죠 — 친구가 2월에 결혼식이라고 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그때까지는 취업을 해서 "쉬는 주말"에 친구들을 보고 싶네요. 다음날 출근이라서 일찍 가버린 뒤 벌어진 일이 있다면 그 이야기도 듣고 말이죠.




방금 창문 밖을 봤는데, 날씨가 비교적 따뜻해서 그런지 도로 위 눈이 모두 녹았네요. 인도도 대부분 녹아있는 걸 보면 내일 일정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네요.


리르리안.




커버 이미지 출처

Belle Co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100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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