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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었네 내가 찾던 거

by 릴랴

내가 느끼는 걸 그대로 표현해도 되나 고민하게 돼버려서 대중적인가 공감받을 만한 감정인가 하는 데에서 글 속에서 잘려나가는 감정이 많았다. 그러다 보면 쓸 말이 없어지고. 그냥 적어야겠다. 주제에 맞게 글을 잘 적어야 된다는 강박감이 생겨서 그랬었다는 걸 방금 깨달았다. 그래서 소설도 그렇고 에세이도 그렇고 단상도 그렇고 어떤 글도 제대로 적을 수 없었다. 담고 싶은 걸 담을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과연 내가 그걸 바랐던가....... 잘 적기 위해서, 프로처럼 보이기 위해서, 돈이 되길 바라서 줄곧 공부만 했다. 그래야 잘 적을 거 같아서. 프로가 될 거 같아서. 돈이 될 거 같아서. 잘되지 않는 공부를 어거지로 붙들고 있으니 공부가 잘되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글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으며 댓글 다는 것도 잘 못 적을까 봐 망설이게 되고 아예 표현하지 않게 되고 영상의 말소리도 점차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재미가 없고 아무리 용을 써도 손에 잡히지가 않아서 내가 문제가 있는 건가 했다. 내가 부족하니까 공부를 더해야겠구나 했다. 내가 해이해져서 게을러서 이런 것도 못하는구나 했다. 어서 정신 차려야지 했다. 그렇게, 안돼도 매일 마음을 다잡고 계속 붙잡고 있었다. ......미련했지. 손에 잡히지 않고 귀에 박히지도 않고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건 뭐라도 느끼면 적어야 하니까. 생각이 생각에 파고들어서 뭔가 다른 생각들이 연달아 터져버리면 나는 그걸 적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 감정과 느낌들이 내 손에서 글이 돼서 나와서 보이게 되면 아무런 공감도 이해도 못 받을 하잘것없는 그런 글이 될까 겁이 나서였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안 되고 볼품없는 한 번 보고 버리는 쓰레기로 취급될지도 모르는 그 글을 적는 걸 좋아했다는 걸 알게 됐다. 비록 말이 안 되고 볼 가치가 없어도 적고 거기에 보태서 더 적을 뿐인 그 글들을 적고 싶어 한다는 걸 지금 쓰다 보니까 느껴졌다. 그냥 적어야겠다. 애초에 나는 글을 잘 적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더 잘 적어야겠다고 어느 순간부터 채찍질을 해오지 않았던가. 잘 적는 게 아니라 그냥 써야 했다. 원래 글 쓰는 자체가 재미있어서 말도 안 되는 글이나 소설도 어떻게든 말을 늘려가며 계속 썼었는데 정말 아무런 장점도 없는 글이라 스스로 인정하게 될까 봐 또 연재 중지하게 될까 무지하게 겁먹었던 거 같다. 내가 느끼는 대로 고스란히 누가 보든 안 보든 항상 그랬던 내 글을 드디어 되찾았다. 나는 잘 쓴 글도 깔끔하게 정리된 글도 희망차고 행복한 글도 우울한 글도, 그런 걸 쓰고 싶었던 게 아니라 무슨 글이라도 좋으니까 그냥 마구 적고 싶었다. 그건 내 보물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대중적이지 못해서 공감받지 못하고 그래서 다 쳐내버리면 공장에서 나오는 똑같은 얼굴이 되지 않는지. 그거야말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글일지도 모른다고. 콘텐츠는 프레임이 같아지는 순간 재미가 뚝 떨어진다는 말과 같았다. 모두가 호불호 없는 가장 아름다운 얼굴로 성형했더니 그 얼굴들이 다 비슷해서 위화감만 들었다는 이야기처럼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글도 책도 읽거나 살 필요도 가치도 못 느끼게 돼버린다. 가지고 싶지가 않게 된다. 글을 읽고 쓰는 재미를 동시에 잃게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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