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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Dec 12. 2024

과거가 후회될수록, 현재에 집중하기

후회만 하며 살기 아까운 내 시간

다음 단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불킥, 쥐구멍, 흑역사, 엎질러진 물, 지하 100층, 입이 방정...

상황에 따라 다르게 사용될 수 있겠지만, 모두 '후회'와 관련된 표현들이다. 과거의 내가 했던 잘못된 행동들이, 부끄러움과 반성의 감정으로 돌아오는 그 '후회' 말이다. 연말이 되고 한 해를 돌아보니, 아쉬운 것들이 많다. 그때 이렇게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이 때는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그중에서도 제일은 '잘하고 싶은 일'에 대한 후회이다. 마음을 담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별 감정이 들지 않는데, 유독 욕심이 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후회가 밀려온다. 예를 들면, 운동은 나에게 정상적인 삶을 위한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디스크로 아픈 허리 통증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뱃살 때문에 자꾸만 떨어져 나가는 바지 단추를 더 이상 꿰매지 않기 위해, 매일 조금씩 한달까. 워낙 운동을 싫어하는데 상황상 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하는 거다. 하루이틀 빼먹어도, 설렁설렁 스트레칭만 하다 와도, 내가 잘못했다고 느끼거나 반성하지는 않는다. 살짝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정도랄까. 


반면,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했던 것들에 대해서는 자꾸만 미련이 남는다.

'열정을 불살랐으니 후회는 없어' 이렇게 쿨~~ 하게 말할 수 있으얼마나 좋을까. 만족스럽지 못해 초조하고 질척거리는 감정들이 머릿속에 맴돌 따름이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올해 뭐가 가장 후회되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리라.

"7년을 해왔던 회사 업무, 1년을 맞이한 브런치 글쓰기, 이제 막 2달 된 코칭 실습이요."

이 세 가지는 잘하고 싶어 애쓴 영역들이다. 7년 동안 한 부서에서 일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 리더가 네 번 바뀌었고, 동료들이 줄줄이 퇴사하는 걸 목격해야 했다. 이 와중에 잘하고 싶은 마음에, 나를 갈아 넣어 미친 듯이 일은 했다. 그러나 막중해지는 책임감과 반비례하게 열정은 사라지고, 후회가 잔상처럼 남았다. 첫돌을 맞이한 나의 브런치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쓰레기 같이 느껴지는 내 글을, 차마 내가 다시 볼 자신이 없어 퇴고를 해본 적이 없다. 다른 작가님들 글을 종종 볼 때마다, 나는 왜 발전하지 못하고 제자리일까 자책하게 된다. 가장 최근 시작한 코칭은 또 어떻고. 운명처럼 나에게 찾아온 인생의 방향성이었다. 너무너무 하고 싶어, 퇴사까지 한다고 했다. (최근 번복하기는 했다 ㅎㅎ) 그러나 매번 코칭 실습을 하면서 좌절을 경험한다. 나 진짜 못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잘 때마다 종종 이불킥을 하게 된다.


후회와 미련이 남는 이유도, 어찌 보면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 아닐까.

만약 내일 상사 앞에서 중요한 보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해 보자. 며칠밤 잠을 줄여가며 노력해, 잘 끝마쳤더라도 '이걸 더 얘기했어야 하는데'라는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면접을 본 지원자의 마음은 또 어떻고.  이번에 정말 내 대답 죽여줬다라며 만족하는 순간보다는, 차마 못한 말들에 대한 미련이 더 남겠지.

잘 해내고 싶은 의욕이 강하면 강할수록, 후회도 미련도 파도처럼 세게 다가오리라. 과거를 반성하며 더 나은 다음을 기약하는 의미에서 후회는 꼭 필요하긴 하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과거에 사로잡혀 후회만 하고 있기엔, 인생이 너무 짧지 않은가.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아직 훨씬 많다. 돌아간 과거는 다시 오지 않지만, 현재는 바로 내 눈앞에 있다. 현재를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앞으로 살아갈 나의 미래는 또 달라질 것이다. 그러니 후회할 시간에, 지금, 롸잇나우,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실은 나 자신에게 이 얘기를 하려고 오늘 장황하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하하하.


어느 날 내 브런치 글의 목록을 보다가 문득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초창기 썼던 부끄럽기만 했던 나의 글이, 목록 저 바닥으로 넘어가 아예 안 보이네?'

지금 브런치에 보이는 내 글들은, 최근에 새롭게 쓴 글들이었다. 이미지도 비슷한 느낌으로 넣고, 제목도 고심해 지은 것들이다. 새로이 쌓아 올린 이 글 목록들은,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 완벽주의자인 내 눈에도 썩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지금'이 '과거'를 밀어내고 성장해서 그런 것이었다. 글도 못 쓰는 주제에 이렇게 계속 쓰기만 하는 게 맞는지 고민하면서도, 글쓰기 모임 덕분에 계속 쓰기는 했다. 그러다 보니 현재의 글이, 후회 가득한 예전의 글 위에 차곡차곡 쌓인 것이다. 어찌 보면 변화와 성장의 기록이랄까. 시간에 쫓겨 아침마다 발행했던 글들이, 가끔은 브런치 메인에도 나오기도 했다. 나에게는 후회 가득한 별 볼 일 없는 글이었지만, 그걸 읽는 누군가에게는 가슴에 와닿는 메시지가 있었던 글이기도 했나 보다. 소중한 댓글을 보며, 나도 발견하지 못한 내 글의 의미를 찾은 순간도 많았으니 말이다.


오늘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을 살짝 내려놓고, '그냥' 한 번 해보자.

그냥 하면 폭상 망할 것 같지만, 살다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 그리고 좀 망하면 어떻고. 다시 힘내서 일어나면 되지. 내 마음속에 있는 열정과, 잘하고 싶어서 그만큼 공들인 노력은 어디 가지 않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 다만, 그 열망이 너무 커져 시도를 멈칫하게 만들고, 후회와 포기를 나을 수 있으니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현재의 나에 집중하고, 현재 내가 해야 할 것들을 조금씩 해나가다 보면, 뭐라도 되어 있을 것이다. 자신을 믿으면서, 한 발자국씩 걸음을 내디뎌보자.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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