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입을 닫아야 하는 순간

언제일까요~~~~

팀장이 입을 다물고, 말을 아껴야 할 순간은 언제일까?

각자의 답이 다르겠지만, 나는 '팀원과 대화하는 대부분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팀원들과 팀장이 모두 모여 주간 회의를 하는 풍경을 떠올려보자. 박팀장이 월요일 오전 회의에서 가장 먼저 꺼낸 말은, 다음과 같다.

"이번 분기 실적 저조한 거 다들 아시죠? 각자 실적 극복 방안 하나씩 말해봐요. (모두 고개를 숙이고 말을 아낀다). 아니 왜 다들 말이 없어? 도대체 생각이 있기는 한 거예요? (이어지는 잔소리...)"

듣는 팀원들은 일단 기분이 좋지 않다. 지옥철을 뚫고 회사에 온 것만으로도 피곤한데, 한 주의 시작이 설교라니.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경쟁사나 우리나 다들 죽을 쑤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실적 극복 방안은 이미 지난주에도 논의한 주제 아니었던가. 갈수록 살벌해지는 분위기에서, 최대리가 용감하게 한마디 한다.

"팀장님, 지난번 저희가 말씀드린 대로, A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지어 매출로 연결하는 게 최선일..."

"아니, 최대리 님! 내가 지난번 들었던 그 얘기 또 듣자고 지금 물어본 거예요?"

박팀장은 최대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성을 지르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미 길었던 잔소리는, 끝을 예측할 수 없다. 이럴 거면 팀원들한테 물어보지나 말던가. 어차피 박팀장 혼자만 말하다가 끝날 회의였다.

어떤가? 만약 당신이 직장인이라면, 어느 정도 익숙한 광경 아닐까 싶다.

팀장은 말하고, 팀원은 침묵한다. 회의뿐만 아니라, 회식에서도 비슷하다. 술이 얼큰하게 취해 기분이 좋아진 팀장이 일장연설을 시작하면, 팀원들은 하나둘 도망간다. 아직 끊기지도 않은 버스 시간을 핑계 삼아 말이다. 팀장님이 말이 많을수록, 팀원들은 점점 입을 닫게 된다. 

그렇다면 팀장은 도대체 언제 말을 아껴야 하고, 반대로 언제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할까. 도입부에서 얘기한 대로, 팀장은 팀원 앞에서 가급적 입을 닫아야 한다. 입 대신 귀를 활짝 열어놔야 한다. 그래야 팀원들이 마음껏 얘기할 수 있다. 팀에서 의견교환이라는 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예시로 들었던 회의 장면을 다시 떠올려보자. 박팀장이 만약 아래처럼 말했다면 어땠을까.

"지난주에 저희가 논의했던 것처럼, 실적이 저조한 상황이에요. 시장도 힘들고 여러분들도 힘들다는 것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나왔던 의견을 조금 더 발전시켜 실행해 본 케이스나, 혹은 다른 의견을 가지신 분들 있을까요?"

도입부를 이렇게 말한 후, 팀장은 그다음 아무 얘기도 안다면? 침묵이 찾아올 수는 있겠지만, 그건 소리를 지르나 안지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회의에서 팀장의 역할은 두 가지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방향성을 잡아주는 사람,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팀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도록 들어주는 사람. 절대 많이 얘기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팀장이 팀원들과 있을 때 말을 아껴야 하는 순간은 그 밖에도 아주 많다.

특히 팀원과 1:1 대화를 할 때, 팀장은 가급적 침묵해야 한다. 팀원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1:1 대화의 목적을 떠올리면 왜 그래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팀원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팀원을 이해하려면 일단 그의 얘기를 잘 들어야 한다. 만약 자신의 얘기를 꺼내기 힘들어하는 팀원이 있다면, 팀장은 질문을 하면 된다. 요즘은 어떤지, 회사 생활에 어려움은 없는지,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잘 되고 있는지 등등을 말이다. 그 외에는 팀원의 토크 비중이 절대적으로 많아야 한다. 설령 팀원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팀장이 가지고 있을 때라도, 일단 듣기부터 해야 한다.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고민을 하는 건지, 혼자 생각한 문제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원에게 답을 직접 주고 싶다면, 그때는 동의를 구하자.

"김 과장님, 고민하고 계신 부분에 대해서 잘 들었어요.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 제가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조언을 드려도 될까요?"

김 과장 뭘 그런 걸로 고민하고 있냐, 답이 나한테 있다고 바로 말하는 것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듣기 먼저, 그다음에는 필요에 따라 팀장의 조언하기. 

팀장의 눈에는 팀원이 말하는 것들이 때에 따라서는 성에 안 찬다. 팀장들은 이미 마음속으로 답을 어느 정도 정하고 나서 물어보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팀장은 이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 팀원들 각자는 자신만의 생각이 있고, 계획이 있다. 일단 그들의 생각을 들어본 후, 만약 팀의 방향성에 어긋날 경우 바로잡아줘도 늦지 않다. 경청하는 과정 없이 팀장의 의견만 늘어놓는다면, 팀원들은 앞으로도 입을 닫아 버릴 것이다. 회의 때 의견을 내라고 해도, 다들 가만히 있을 것이다. 어차피 얘기해 봤자, 팀장선에서 필터링돼서 없어질 의견이기 때문이다. 

간혹 말을 많이 하는 팀장 중에서는, 팀원이 비밀로 해달라는 정보들을 공유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퇴사 고민이나, 개인사정 등을 말이다. 이런 소식들이 팀원의 귀에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팀장과의 기본 신뢰관계가 깨지게 된다. 그러니 팀장은, 자나 깨나 자신의 입조심을 해야 한다. 게다가 팀원들의 정보뿐 아니라, 상사욕이나 회사욕을 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팀장의 영향력을 생각보다 커서, 내가 무심결에 흉본 사람들의 소식이 엄청나게 크게 부풀려 큰 재앙으로 다가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단 팀장들은, '침묵은 금이다'를 명심 또 명심하자. 팀원 앞에서 이 말을 해야 될까 말까 고민된다면, 안 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 잘못된 말은 주워 담기 쉽지 않다.

반대로, 팀장들이 침묵을 깨고 자신의 소리를 높여야 할 때는 언제인가?

바로 팀원들 빼고 나머지 사람들(상사, 동료 팀장, 고객 등)과 얘기할 때이다. 우리 팀의 잘 한 점에 대해서 상사에게 흘리듯 자주 어필한다. 팀장 회의에서 우리 팀을 대변해, 힘든 점을 말하고 원하는 것을 설득시켜야 한다. 팀원들이 만나기 어려워하는 고객 앞에서, 회사를 대신해 그들을 상대해야 한다. 팀원들한테 잔소리를 늘어놓는 대신,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팀을 어떻게 각인시킬지 고민해 보자. 

팀장은 팀에서 외로운 존재다. 팀장의 말 못 하는 고충을, 팀원이 100% 공감하기 힘들다. 그러나 자신들 앞에서 말을 아끼고, 다른 사람 앞에서는 팀을 대변하는 팀장을 싫어할 팀원은 없다. 침묵수행이 결코 쉽지 않겠지만, 오늘 하루만이라도, 아니 회의 때만이라도 듣기 훈련을 하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