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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끼, 깡

직장인에게 필요한 깡은 무엇일까

by 수풀림

'꿈과 끼를 키워주는 교육'

얼마 전 산책을 하다가 학교 건물에 크게 쓰여져 있는 문구를 발견했다. 회사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단어이자, 먹고사는 데 급급한 우리에겐 사치처럼 느껴지는 말이기도 하다.하지만 그 단어를 직접 경험하며 자라날 학생들을 떠올리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들의 미래는 이미 꿈과 끼로 충분히 반짝여 보였다.

그리고 나는 이 단어를 보며 생각했다. 과연 꿈과 끼 만으로 충분할까. 만약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그건 바로 '깡'이 아닐까. 특히나 그 '깡'이란 학생들보다 우리 직장인들에게 더 필요한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희망에 가득 찬 마음으로 첫 회사에 입사했을 때를 떠올려 보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부푼 기대와, 그동안 배운 지식을 활용하겠다는 포부는 과연 얼마나 갔는가. 내 눈 앞에 펼쳐진 예상치 못한 현실 앞에 바로 무너지지는 않았는지... 전공과는 전혀 다른 직무, 쉴새 없이 쏟아지는 업무 지시, 갑자기 바뀌는 회사 방향성 등. 성과는 내 생각만큼 단번에 나오지 않고, 인간관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 상황에서 우리를 지탱하는 힘이, 바로 직장인의 또 다른 자산인 '깡'이다.

깡은 단순히 버티는 힘이 아니다. 깡의 본질은 '할 수 있다'는 나에 대한 믿음이자, 쓰러진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내적 확신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끝까지 업무를 완수하게 하는 힘, 몰아치는 변수를 견디게 하는 힘, 어려운 인간관계 속에서 중심을 지키게 하는 힘 말이다.

직장인의 깡은 바로 이 나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다. 남이 나를 믿어주지 않는 순간에도, 스스로를 믿는 마음이 있어야 긴 커리어의 여정을 묵묵히 걸어갈 수 있다.


또한 직장인의 깡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우선 내 몫을 오롯이 해내겠다는 책임감. 실수해도 내가 다시 바로잡고, 성실하게 해내는 꾸준함을 뜻한다.

두 번째는 관계를 지속하는 힘이다. 직장은 일만 잘 한다고 인정받는 곳이 아니다. 나랑 안 맞는 상사와 갈등, 동료들과의 의견 차이, 고객의 무리한 요구와 같은 복잡한 관계를 현명하게 해결하고 대처해야 한다.

마지막 깡의 의미는, 반복을 견디는 힘이다. 매일 출퇴근을 하고, 보고서를 수십 번 고치고, 같은 말을 열 명의 다른 부서 사람에게 전달하는 이런 일상의 지루함을 참고 견뎌야 한다.

커리어는 화려한 패션쇼가 아니라, 이런 일상의 반복을 깡으로 버틴 삶의 훈장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직장인의 깡은 조용히 쌓아가는 내공이 아닐까 싶다.

꿈과 끼로 시작해 좌절을 맛보고,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 하루를 묵묵히 견뎌내는 힘. 커리어의 길을 끝까지 이어주는 단단한 뿌리이자, 시간이 흘러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우리의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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