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쟁이의 결말

국제학교에 입학하게 된 이유: 동생 '다'의 이야기

by 림다림다

2018년. 캐나다에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언니는 부산에서 다니던 초등학교를 그만두고 전학을 갔다.


“어디 가?”

“제주 국제학교! (사실 이정도로 밝게 말하진 않았다.)”


굉장히 부러웠다. 언니는 갔는데 나는? 나는 왜 혼자 부산에 있는 거야? 나도 가면 안 돼???


라고 했는데 진짜로 와버렸다. 12살에 온 제주 국제학교. 한국 초등학교로 5학년, 제주 국제학교로도 5학년. 언니를 따라 하고 싶어서 온 건 아녔다. 언니가 가면서 내 길이 트인 것뿐. 그런 말이 있지 않나, 둘째는 첫째를 따라 하려고 한다고. 하지만 그런 게 아니다. 첫째가 간 길은 안전할 것이라는 맹목적 믿음이 있는 것이다.


해명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제주 국제학교는 진짜로 내가 오고 싶어서 온 것이다. 국제학교를 통하면 외국으로 나가 학업을 쌓는 게 더 편할뿐더러, 나에게는 나 자신의 미래에 대한 플랜이 있기 때문이다. 내 계획은 대충 이렇다. 제주 국제학교를 가 외국, 특히나 미국에 있는 의대로 진학한다. 결국에는 의사로 취업하여 돈을 떵떵거리면서 사는 것이다.


직업을 의사로 정해둔 건 아마도 내 주변에 있는 어른들이 대부분 의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아빠가 의사이기 때문인데, 신년회랍시고 새해에 모이는 자리가 모두 아빠의 의대 대학 동기이거나 선후배이다. 주변 어른이 대부분 의사라는 점을 빼면 나에게 의사란 직업을 고르게 된 계기는 돈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아빠가 연봉으로 얼마를 받는지가 굉장히 궁금했다. 물론 연봉 같은 건 함부로 말하는 게 아니라서 나는 아직도 아빠의 페이를 알지 못한다. 엄마한테도 물어보고 언니한테도 물어봤는데 (차마 아빠한텐 물어볼 수 없었다) 아무도 나에게 말을 해주지 않아, 나는 결국 웹 브라우저를 열고 검색을 해보았다. ‘의사 1년 연봉.’ 인터넷에 물어본 후 엄청나게 큰 숫자를 본 나는 그날을 기점으로 의사라는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미국 의대를 다니기로 결심한 것은 의사의 연봉이 한국보단 미국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적어놓으니 굉장히 돈에 환장하는 속세에 찌든 10대 같기도 하다. 하지만 맞는 말이니 어쩔 수 없다.


나는 나의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서 이 진로를 선택한 것이지만, 남들의 눈에는 나는 그저 언니를 따라하고 싶어하는 둘째일 뿐이겠지. 언니도 나와 같이 의사의 길을 걷고 싶어하지만, 분명 다른것은 있다. 돈에 파 묻혀 사는것을 꿈 꾸는 나와는 다르게 언니는 진정으로 사람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희망 과도 다르다. 나는 한번 일을 할때마다 돈을 몇백, 또는 몇천까지 버는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희망한다면, 언니는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돕고 살릴 수 있는 응급의학과를 지망한다.


이유도 다르고 희망 과도 다르지만, 나는 언니가 가는 대학을 따라갈 것이다. 따라하기 위해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공부는 지지리도 못하는 팔랑귀다. 엄마가 내 성적표에 A- (90% 이상, 92% 이하)가 올라올 때마다 “너는 공부 머리가 없으면 공부를 더 해야하는거 아니야?”를 들을 때마다 나는 이 학교 있어봤자 미국 대학은 코 앞도 못 가겠구나 싶다. 그래서 나는 그냥 언니를 응원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미국 대학에는 레거시라는 제도가 있는데, 가족이나 친척이 그 대학에 다니고 있거나 다닌 전적이 있으면 그 대학에 지원한 사람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도이다. 물론 이 제도만 믿고 공부에서 손을 놓은것은 아니다. 그저, 나는 조금이라도 더 내가 미국 대학을 다닐 수 있다는 희망을 얻고 싶다.


내가 언니를 따라한다고 생각해도 상관없다. 좋은 거는 따라하는 게 좋은 거니까. 물론 언니는 섬뜩하다고 느끼겠지만 (글을 쓰고 있는데 한 번 보더니 크리피하다는 코멘트를 내놓았다) 나는 마침 같은 길을 걷는 언니를 따라하는것 뿐이니까. 나는 앞으로도, 어쩌면 대학을 간 후에도 언니의 좋은 점만 쏙쏙 골라서 따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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