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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메 Oct 02. 2023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를 이해할 수 없어


과거에 연연하는 날들이 이어지면 마음이 힘들어져. 왜 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를 이해할 수 없어. 몸과 마음은 수시로 변화하고 있고 그 안에서 나는 중심을 잡으려고 애를 써. 이해할 수는 없지만 너무 비난하지는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말이야. 여기서 노력이라는 말을 덧붙이는 건 그만큼 그것이 너무 어렵다는 걸 뜻해. 때론 한심함에, 때론 부끄러움에, 때론 분노에. 묻어나는 감정에 몸을 맡기면 나는 가만히 누워 있기도 힘들거든.


어릴 때 계단을 뛰어내리다 넘어져 계단 모서리에 머리를 찧었어. 벌떡 일어나 고개를 돌리며 친구에게 물었어.

“나 괜찮아?”

그 말을 함과 동시에 뜨거운 어떤 것이 내 피부를 타고 내려왔어. 엄마 무릎에 머리를 대고 누워 병원으로 향하던 그때의 불안한 감정을 나는 잊을 수 없어.

그 경험이 내 마음에 흉터를 남겼어. 그 뒤로 계단을 신나게 오르내릴 수 없게 되었거든.


내가 경험한 모든 것들이 내 몸과 마음에 새겨져 있어. 후시딘을 열심히 발랐지만 흔적도 없이 지우는 건 불가능했어.

어제를 지울 수 없기에 내가 내가 될 수 있었어. 세상에 똑같은 흉터는 없으니까.


나를 부정하지 않으려고. 내 흉터의 역사를 기억하고 그것을 감싸 안으면 힘든 날도 점점 줄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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