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매일매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메 Dec 07. 2023

완벽한 퇴근

 하루가 끝나갈 무렵 주스를 한잔 마시며 생각한다. 오늘은 어떤 날이었던가.

전반적으로 기분이 좋아서 가볍게 웃으며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했으며 집에 와 완벽한 퇴근을 하고 조촐한 저녁을 먹고 자리에 앉았다.

완벽한 퇴근이라니, 이 얼마나 기분 좋은 말인가.


나는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는 편이라 늘 조금 상기되어 있는 편이다. 한껏 흥분된 상태로 일을 하는데, 그 상태로 퇴근을 하면 집에 와도 그 흥분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붕 떠있는 기분이다. 그래서 휴식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 집에서도 일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아까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이 생각나거나, 딱히 그런 게 없는데도 불안한 마음이 든다. 그런 마음이 들 때는 그 어디에도 집중할 수 없어서 그저 의미 없이 휴대폰을 뒤적거리며 아까운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집에 와서 까지도 퇴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해결 방안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실천하고 있는 ‘완벽한 퇴근’을 위한 몇 가지 나의 루틴을 소개해본다.




첫째, 집에 오는 길엔 일하면서 듣던 것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듣는다.

몇 시간 동안 일을 하며 들었던 음악 말고 전혀 다른 음악을 들으면 장면이 전환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와 동시에 일이 끝났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집으로 향하고 있다는 설렘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확실히 기분전환에는 음악 만한 것이 없다.



둘째,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홈웨어로 갈아입는다.

외부의 기운을 모두 털어내기에는 씻는 게 최고다. 몇 시간을 서서 일하는 나에게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냥 뻗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씻기부터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씻고 나면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되기 때문에 힘들어도 참고 모든 것을 씻어낸다. 그리고 외출복의 갑갑함에서 벗어나 홈웨어를 입으면 집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의 생활이 시작되므로 또 다른 기분 전환이 된다.



셋째, 연인과의 통화.

그냥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대화들(이런저런 일이 있었다. 저녁은 무엇을 먹을 예정이다.)을 나누다 보면 오롯이 나 자신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항상 이런 중요한 임무를 맡아 나의 수다를 받아주는 연인에게 고맙다.



넷째, 따뜻한 디카페인 차를 마신다.

따뜻한 차는 온몸의 세포를 열어주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동시에 하루의 피로가 날아가는 기분 또한 덤. 새롭게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활력도 불어넣어 준다. 시간을 쪼개어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이런 티타임은 일과 일 사이의 휴식과 전환을 도와준다.




이런 루틴을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집에서도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지금 일을 마치고 집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잘 차려입고 도서관에 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