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호스피스병동의 하루

호스피스병동의 기록

by 둥글

08:00 출근

08:30 환자 컨디션 확인

09:00 본격 업무 시작


나의 아침은 병동에 출근해서 팀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환자를 보러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침시간에 환자분들은 식사를 하고 다시 주무시는데 잠깐 인사를 드리고 어제 잘 주무셨는지, 지금은 컨디션이 어떤 지 물어본다. 좀 더 대화가 가능하다면 날씨라던가, 티비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램들과 같은 소소한 이야기들을 주고받고 오늘 하루도 잘 지내보자는 인사말을 건넨다. 환자들의 컨디션이 좀 더 악화되기 전, 주무시는 시간이 길어지기 전 최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라포형성을 하려고 한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조금이라도 뭔가 지지해드리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라포형성이 잘 진행되면 병동에서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들을 수월하게 제공할 수 있기도 하다.


입사 초반에는 정말 하루에 병실을 몇 번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르겠다. 틈이 날 때마다 환자들이 깨어 있는지 확인했다. 상담이라고 별 얘기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환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었다. 어렸을 적 살았던 고향부터 본인이 갔던 여행지 등등을 묻다 보면 그 속에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내 기억 속에 온전히 남겨져 있다. 각 잡힌 상담은 아니지만 이렇게 조금씩 환자와 이야기 나누다 보면 더 깊은 이야기까지 가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게 가족들에게 녹음 파일이나 편지를 남긴 케이스도 있었다. 환자들의 모습이 기억 속에 생생하다. 학회에서 환자들과 편지 쓰는 작업을 많이 했던 선생님의 이야기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나에겐 아직 부담되고 어려운 일이다.


병실을 가지 않을 때는 쌓여 있는 서류 작업을 하고 이런저런 상담전화를 받고 앞으로 해야 할 이벤트들을 상의한다.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면 끝이 없다. 같은 활동이라도 가족마다 반응이 다르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신경 쓰지만 가끔 내가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어떨 땐 내가 괜한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물론 긍정적인 반응이 많고 필요한 일이지만)


요즘은 아침, 점심, 요법 프로그램 전후로 시간이 될 때 병실 라운딩을 간다. 예전보다 횟수가 줄어들었다. 핑계를 대자면 부가적인 일들이 많아졌다는 것이고 좀 지쳤다는 것이 사실이다.


호스피스병동의 입원 환자 수는 다른 병동에 비해 많지 않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엔 정적이고 근무가 쉬울 것 같지만 힘들다. 물 위에서 보기엔 우아하지만 물 밑에서 열심히 발버둥 치는 백조 같다. 환자들의 컨디션이 좋을 때는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환자들의 컨디션이 나빠지고 그만큼 증상도 심해진다. 신체적인 증상은 적절한 약물치료로 조절이 되지만 그럼에도 힘들어하는 환자의 모습, 섬망증상이나 간성혼수가 나타나 본모습이 아닌 이들을 보는 건 참 힘들다. 그리고 임종 직전의 공기는 무겁다.


환자들이 입원하고 퇴원하거나 임종하기까지를 지켜보는 일을 수년간 지속했다. 하루하루 일하다 보니 일 년이 금방 간다. 시간이 빨리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호스피스병동에서의 시간은 나에게 참 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