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아무도 죽지 않는 밤

호스피스병동의 기록

by 둥글


김 00님이 아프다. 컨디션이 좋았던 환자가 컨디션이 떨어지고 기력이 없어지는 것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 김 00님은 우리 병동의 장기환자였다. 항상 밝게 웃어주고 반가워해 주고 고맙다고 인사해 주는 환자다. 병원을 찾아오는 요법 선생님들 역시 김 00님의 안부를 제일 먼저 묻는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이야기를 잘했던 환자가 힘이 없어지고 컨디션이 저하되는 건 한순간이다. 늘 어김없이 찾아오는 순간이지만 이런 순간이 올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지난주 김 00님이 살이 많이 빠졌다고 느끼긴 했다. 그리고 잠을 많이 주무신다고 생각했다. 김 00님을 불렀을 때 ‘많이 아파요.’ 말을 하면서도 좋아하는 선생님이 왔으니 앉혀 달라는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참 아팠다. 00님은 호스피스병동에 와서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00님은 나에게 치료약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지금은 치료약이 없어 오래 못 산다고.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컨디션이 좋지 않은 환자들이 많을 땐 마음이 무겁다. 환자가 임종을 하면 팀원 단톡으로 알리는데 이런 날이면 카톡이 오지 않길 바라며 잠이 든다. 아무도 죽지 않는 밤. 아무도 죽지 않는 밤이길 기도한다. 호스피스병동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사람이 언젠가 죽는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알지 못하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세상을 떠나고 삶과 죽음은 공존하는 것임을 지금은 너무나도 깨닫고 있다. 죽음은 가까이에 있지만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어떤 환자의 경우는 차마 그 마지막 모습을 보는 게 힘들어 내가 근무할 때 돌아가시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00님이 그렇다. 그동안 정든 환자를 보내는 건 너무 힘들다. 많은 환자들이 입원했고 임종했다. 보호자들에게 내가 내 나름대로의 위로를 드리지만 나도 내 마음을 다스리기가 참 어렵다. 어딘가 잘 지내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지내지만 그런 위로도 통하지 않는 순간이 있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 김 00은 임종을 하셨다. 컨디션이 나빠지고 나서 임종기가 그리 길지 않았다. 조심스럽지만 00님이 길게 힘들어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영원히 살 수 없다면 아프지라도 않았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