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병동의 기록
내가 어렸을 때, 몇 살 때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중학교 때까진 교회를 꽤 열심히 다녔었다. 일요일만 되면 교회 차를 타고 가서 하루 종일 교회에서 놀았고 이사를 가서도 교회를 꼭 다녔다. 신앙심보단 친구 따라 교회를 간 것이라 예배 시간보다 친구들과 같이 논 기억이 더 생생하지만 그때 외운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은 아직까지 입에 붙어 있다. 그 덕분에 나는 교회가 친숙하다. 물론, 지금은 나일론 신자이지만.
호스피스병동은 신체적 정서적 돌봄 뿐 아니라 영적 돌봄도 제공한다. 호스피스병동에서 영적 돌봄은 중요하다. 종교가 있어도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고 본인의 종교에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종교를 떠나고 어떤 이는 종교를 찾는다. 또 어떤 이는 종교를 바꾸기도 한다. 영적 돌봄은 이들이 영적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안정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
우리는 담당 목사님이 계셨고 보호자들이 원한다면 절이나 성당에서도 성직자들께서 환자를 위해 오도록 했다. 목사님께서는 환자들 한분씩 기도해 드리고 이야기 나누며 영적 지지를 드리는데 대부분 환자들에게 큰 위안이 되는 것 같다. 불교와 천주교 신자분들도 마찬가지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 이사야 41:10
이사야 41장 10절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성경구절이다. 교인인 환자들에겐 말씀을 읽어 드리고 환자가 좋아하는 구절을 프린트해서 주는데 이 구절은 읽을 때마다 마음에 와닿는다. 두려워하지 말고 놀라지 말고 굳세게 이겨내도록 힘을 준다는 게 말 한마디지만 든든하다. 아마 종교를 가지고 있는 분들은 이런 느낌이겠지.
나는 내가 아니면 다른 누구도 내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속 깊이 새기고 산다. 타인을 의지하기보다, 어떤 운이나 요행을 바라기보다 나 스스로 노력해서 이뤄야 한다고. 그리고 그 힘은 나한테서 나오는 것이라고. 살다 보니 내 힘으로, 내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일들이 있다는 걸 조금씩 깨닫는 중이다. 예를 들어 로또 복권이라던가. (농담) 호스피스병동에는 내가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
언젠가 환자가 대화를 나누는 중에 "나는 괜찮다. 죽는 게 두렵지 않다. 빨리 하나님 곁에 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 환자는 늘 눈을 감고 기도를 했는데 힘든 상황임에도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이겨내고 있는 그녀가 존경스러웠다. 그 힘의 원천은 믿음일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힘을 가졌다.
호스피스병동에서 근무를 하며 기도를 하는 일이 잦아졌다. 종교가 있든 없든 환자들을 위해 기도를 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쉬운 일이니까. 필요할 때만 신을 찾는 게 양심에 찔리기도 하지만 기도를 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낀다. 다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 영적 돌봄을 원하지 않는 환자에겐 진행하지 않는다. 호스피스병동이라고 간혹 기독교만 들어갈 수 있냐고 물어보는 분도 있는데 종교 상관없이 입원이 가능하고 영적 돌봄도 기독교에 한정되어 있는 게 아니다. 불경을 틀어 드리거나 스님이 직접 오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