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채 바쁜 삶을 핑계로 미뤄온 생각을 이제 정리하고자 한다.
생각해 보면 나는 미래에 대해 생각과 고민을 깊게 하지만 그게 버겁거나 괴로운 사람은 아니었다. 꿈과 삶에 대한 생각은 늘 하고 살아왔다. 나는 늘 꿈을 꾸는 사람이다. 호기심을 품은 것들이 좋아하는 것이 되고, 좋아하는 게 취미가 되고, 취미가 꿈이 된다. 그리고 그 꿈은 점점 넓어지고 깊어진다. 그때의 나는 나는 매우 안정적이고 견고했다. 믿고 의지하는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갖춰진 환경, 단단한 취미와 그 어떤 인연이든 사건이든 함부로 흘려보내지 않고 깊게 생각하다 끝내 명쾌하게 답을 내리고 금방 잊어버리는 지혜로운 성격까지.
최근 나는 불편한 감정은 담아두는 게 아니라는 문장을 접했다. 속에 담아두며 판단하는 습관은 내 속을 곪게 한다고, 그러니 우리는 정중하고 차분하면서도 유예하지 않고 적확한 시기에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나는 어떤 특정한 고민과 생각을 요 몇 개월 동안 매일같이 달고 살아왔다. 절대 이해하지 못할 말과 책임감 없는 행동들을 내게 하면서도 다 이유가 있겠지, 감히 헤아리지 못할 상황이 있을 거야 하며 애를 품은 대상의 감정을 살피고 이해해보려고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상처가 되는 건 나도 한낱 사람인지라 어쩔 수가 없었다. 언젠가 이 묵혀온 감정들과 생각들을 진솔하게 이야기할 때가 오지 않을까 하며, 이해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힘듦을 감내하면서 바쁜 학기를 핑계로 그냥 살았다. 그러다 보니 그게 삶의 다른 부분까지 영향을 끼쳐왔다. 대수롭지 않을 일들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더 감정적이게 변하며, 이제는 어느새 좋아서 시작한 일과 나의 꿈을 고민하는 데에 막심한 불안을 겪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지금 나의 상태가, 정말 심각한 지점까지 왔다는 걸 인지하게 된 건 채 얼마 되지 않았다.
사람은 선하고 정직하며, 솔직해야 함을 다시 깨닫는다. 지금 내가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아낌없이 표현해야 한다는 것도. 어떤 인연이든 서로의 관계를 지속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에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내 곁에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과 나는 언젠가 변한다. 대상에게 품은 애정까지도 분명 어떤 형태로든 변하기 마련이다. 돌아간다고 해도 그때의 우리가 아니겠지.
눈앞의 사람에 마음의 기울기가 향한다면 그건 어떻게든 티가 나게 돼 있다. 뚝딱대는 몸짓에서든. 어눌하고 횡설수설하는 말에서든. 마음의 무게가 실린 문장에서든. 나도 그런 나를, 더불어 나를 그리 봐주는 타인을 이제는 안다. 말뿐인 사람을 나는 이제 믿지 않는다. 애매모호한 달콤한 말들을 던져 나를 우리에 가두고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에게 이제 더는 삶을 할애하지 않고자 한다. 더 이상 지난 나의 감정과 생각들을 설명하고 묻지 않고자 한다. 함께할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자 한다. 더 이상 아무것도 나누지 않고자 한다.
가까운 이들은 알 테지만 나에게 있어 생각과 가치를 공유하고, 미래를 그리는 대화를 나누며,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건 상대에게 마음을 품고 있다는 증거이자 애정표현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 곁에 존재하며 삶의 일부가 된 모든 이들에게 있는 힘껏 나의 이야기를 했고, 표현했다. 그렇지만 내가 상대의 감정을 헤아리는 만큼, 상대는 나의 감정을 헤아리지 않았고, 그럴 마음조차 없었으며 우리의 관계에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을 이제는 안다. 대상이 내게 큰 의미가 있었던 만큼. 대상에게도 내가 의미 있는 사람일 거라는 그 확신은, 나의 오만이자 사실은 그저 바람이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정말 말도 안 되겠지만 그렇게 나는 나를 방치했다. 요 몇 달간 지친 감정을 인정하지 못하고 외면하며 나를 돌보는 것이 아닌 애를 품은 타인을 더 생각하고 배려했던 지난 나날들이 참 안쓰럽다. 하지만 다시 돌아갔어도 난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는 건 틀림없다. 한참 지난 와중에도 나는 여전히 나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옳다고 생각하면 그게 옳은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스스로를 의심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나는 나를 꾸준히 돌볼 수 있기를. 타인이 아닌 나를 중심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
앞으로 내게 어떤 일들이 일어나도 힘껏 아프고 다시 일어나는 이 일련의 과정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사랑하며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