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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주 Oct 10. 2024

엄마의 시

장롱 정리를 하다 곱게 수놓은 옷이 있어서 엄마에게 입혀드렸다.

엄마는 언제 이 옷을 사셨을까.

엄마에게 이런 취향이 있었나 싶어 새로웠다.

크고 작은 앙증맞은 꽃들이 수놓인 옷을 입고 엄마가 웃는다.

하얀 거짓말처럼 일상의 언어들을 대부분 잊고서 이거 저거로 표현하는 엄마다.


엄마에게 종이와 연필을 드리고 이름을 써달라고 부탁했더니 정색을 하고 고쳐 앉아서 힘들게 써나간다. 선은 온통 요철무늬로 간신히 이어져있다. 엄마는 다시 한번 도전한다.

이번에는 예전 필체가 엿보인다. 그제서야 만족한다는듯 나를 보며 싱긋 웃는 엄마. 수많은 나날 중 단 한 순간 예전의 엄마로 돌아와있다. 나는 또 그게 몹시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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