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번째 교환 편지를 나누는걸까.
어쩌면 미래에 우린 찻집에 앉아 차를 마실지도 몰라, 그런 상상을 하면서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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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첫날 편지를 쓰는 기분은 남다르다 OO야.
<일본 이자카야_서일본편> 번역은 이제 중간쯤 진행되고 있고, 나는 낯선 일본 요리에 대해 구글로 검색해 보고 주석을 다는 등 매우 성실히 번역 작업에 임하고 있어. 책이 나와서 독자들을 만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지금부터 궁금해.
나를 발탈이라고 불러줘서 고마워. 난 외국인들처럼 나이를 초월해서 어른이나 청소년 모두가 이름을 부르거나 닉네임을 부르면 관계가 조금 더 성숙되지 않을까 항상 생각해 왔어.
난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을 번역가라는 직업만큼 사랑해. 데이케어센터(어른 유치원쯤 되려나)에서 목욕봉사를 했는데 어르신들 씻기 싫어하고, 옷을 안 벗으려 하는데 내가 어르신들 웃기면서 탈의를 돕는데 재능을 가졌더라. 샴푸하고 손발톱 깎아드리면 얼마나 개운한지 몰라.
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벽에 걸어놓았어. 대학 졸업장도 아니고, 다른 자격증도 아닌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내 인생의 전환기를 가져왔지.
나는 타인을 돌보는 걸 좋아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질 때 참 행복하거든.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을 삶의 질로 본다면 아주아주 순도가 높다는 걸 알았어. 마치 다이아몬드처럼 강하고, 빛나고, 영원한 것을 찾았다고 할까.
나는 요양원에서도 일해보았지만, 지금은 집으로 방문하며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재가방문을 해. 내 성격에 알맞지. 한 사람에 대해서 충실한 돌봄을 하는 동안 내가 성장한 것 같아. 지금 돌보는 어르신을 나는 뮤즈라고 부르는데 그 뮤즈와 나는 7년째 만나고 있어서 정이 담뿍 들었어. 내가 요즘 읽는 책은 미즈카미 쓰토무의 <흙을 먹는 나날>인데 밤이면 e북 오디오로 듣다가 잠들지. 그럼 다음에 또 쓸게.
2025년 9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