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엄마의 요양보호사입니다 19

by 이은주

밤의 찬가.
엄마는 잠들었다. 잠들었어.
엄마의 곤히 잠든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빙그레 웃는다. 방금 따스한 물수건으로 전신을 닦아드리고 옷을 갈아입혀드리고, 삼각베개를 우측 전체에 절반쯤 끼워넣었다. 좌측에 압박이 가해지므로 좌측 겨드랑이, 팔꿈치 사이에 도넛 베개를 끼워넣는다.
나는 병원놀이 하는 아이처럼 우측 다리에 쿠션을 대주고, 좌측 다리에는 핑크색 베개를 받힌다. 정성들여 꼼꼼하게..

그리고 나와 같은 간병을 15년 동안 했을 한별이 님을 떠올린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와 단둘이 처음 맞이할 추석. 나는 그녀가 되어 그 자리에 가본다. 양은 적지만 시장에서 사온 나물이며 전이며 잡채를 상 위에 차려놓고 식사 기도를 하는 그녀가 보인다. 그들 위로 성모 마리아가 보낸 천사가 축복의 금가루, 은가루를 뿌리는 상상을 한다. 아름다운 추석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엄마의 유언이 '내 몫까지 잘 살아주렴'이었으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뮤즈와 제우스의 요양보호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