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킥보드를 타고 가던 여자가 넘어지는 걸 봤다. 사람들이 멈춰 서서 한동안 여자를 지켜보거나 가까이 있는 이들은 도왔는데, 나는 그 장면에서 고개를 얼른 돌리고 걸었다. 나중에 곰곰 생각해보니 나는 그 장면에서 뭔가를 느끼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감정 같은 걸 느끼는 게 싫다. 지금은.
어제 부모로부터, 초등학교 동창들로부터, 자다가 뉴스를 보고 벌떡 일어난 동생으로부터, 딸아이를 키우는 대학 친구로부터, 해외로부터 전화와 메시지를 받았다. 괜찮냐. 별일 없냐. 거기 갔었냐. 괜찮습니다. 별일 없습니다. 안 갔습니다.
그렇지만 핼러윈을 일주일 앞두고 의상을 고민하는 회사 동료를 보면서, 간간이 준비 과정에 대해 듣고 웃으면서, 저도 이제는 그런 거 좀 즐겨봐야겠네요 재미있게 살아봐야겠네요,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좀 더 삶에 적극적이었다면 나도 그 자리에 있었을 수 있다.
삶이 뭔가요, 하는 생각이 자꾸 솟아나서 어제는 과하게 몸을 많이 움직였다. 오늘은 내가 예전에 찍어놓은 영상을 많이 봤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흐르는 물과 구름, 나무 위로 두껍게 두껍게 내리는 눈. 삶이 뭔가요.
애도라던가 추모라던가 그런 단어에 어떤 감정이 담겨야 마땅한지 모르겠어서, 나는 그저 멀리서 고요하게 마음을 누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