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촌동생의 결혼식입니다. 차려입고 나가야 하는데 일어나서 책상을 멀뚱히 내려다보다 사람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저는 작업할 때 필요한 게 많은 사람이라, 책상 위에 이것저것을 둡니다. 일하는 나 대신 부지런히 움직여줄 모빌도 필요하고 핸드크림도 립밤도 필요하고 스누피 캐릭터가 달린 펜도 필요합니다. 햇살이 투과하면 특히 아름다운 문진도, 지난여름에 그려서 액자에 넣어둔 그림도 필요합니다. 노트북으로 작업하는데 왜 그 많은 것들이 필요한가 묻는다면, 전 그런 사람이니까요. 다른 상황에서는 또 다른 것들이 필요합니다. 파란색 스웨터를 입을 때는 파란 양말을 신는 걸 좋아하고, 커피를 못 마시지만 커피 향 나는 것들을 은근히 즐깁니다.
사람이라는 단어는 알고 보면 너무 복잡하고 독특하고 깊은데, 너무 간단하고 납작하게 정의되고 정리돼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최근에는 더욱 자주 했습니다. '백의 그림자'에서 '슬럼'이 그렇게 설명되는 것처럼요. 사람을 제대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지니까.
저는 사람들의 사소한 면을 잘 잊지 않고 잘 잊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 저를 가리켜 사람들은 기억력이 좋다거나 눈썰미가 좋다는 말을 하는데, 그 이전에 저는 내가 만나는 사람이 가진 복잡하고 독특하고 깊은 세계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그런 것들을 잘 간직해두려고 하는 편입니다. 갑자기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왜 스치듯이 그런 말을 했는지, 왜 평소와는 다르게 행동할 마음을 냈는지, 왜 그런 쪽으로 마음이 끌리는지.
사람이라는 단어가 편의점에 진열된 상품처럼 납작하고 간단해질수록,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일이 점점 더 고단해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무감하고 무심하게, 신호등을 바라보듯 가로수를 스치듯 그렇게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이 세계 어울리는 세련된 방식이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런 쪽의 세련과는 많이 먼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람에게 마음을 기울이면서 살아가겠지요. 저는 납작하고 간단해지기보다는 어딘가 볼록 튀어나오고 균형이 맞지 않는 채로 살아가고 싶거든요.
한 사람이 지닌 커다랗고 아름다운 세계와, 그 세계의 상실에 대해서 나름으로 오래 기억하면서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