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첫 연극 수업이 있었다. 사람들로부터 받은 몇 가지 질문 중 가장 최근에 다녀온 여행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2019년 태국"이라고 답했다. "그건 코로나 전인데요. 국내 여행, 가까운 곳이라도 좋아요."하고 이어지는 질문에 잠깐 고민하다 "없어요."라고 답했고, "그럼 앞으로 가고 싶은 곳은요?"라는 질문에도 "없어요."라고 했다.
물론 2019년 이후에도 몇 번의 여행을 했지만, 그건 내 기준에서는 여행이 아니다. 나에게 여행은 일상을 떠나서 완벽하게 고립되는 감각, 가득 찬 쓰레기봉투를 버리는 마음으로 일상을 내 다 버리고 다시 빈 쓰레기봉투를 채우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공교롭게도 본격적으로 책이라는 형태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여행에 대한 열망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일상을 내다버리고 싶다기보다는 오히려 일상이 더욱 공고해졌으면 하는, 기도에 가까운 바람이다. 매일 아침 정확한 시각에 빵을 구워내는 베이커처럼 살고 싶다. 정확한 시각에 정해진 결과물을 산출하는 생활. 내가 언젠가 다시금 여행을 떠난다면 그때는 여행의 정의가 바뀌어 있을 것이다.
분출되어야 하는 마음이 길로 향하건 글로 향하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