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물을 가득 채운 욕조에 앉아 쓰는 일기.
팽이를 돌리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돌 것만 같은 이상한 사흘이 끝나가고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 너무 많은 눈물, 너무 낯선 절차들과 살면서 비로소 처음 만져보는 것들. 관, 수의, 유골함, 부의함, 영정사진, 시신...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익숙하고 또 너무나 차가운 엄마의 몸.
프랑스에서 매일밤 마른 몸을 욕조에 담그며 좋아하던 엄마가 떠오른다. 수면제를 먹고 쓰러지듯 잠에 빠졌다가 아침이면 평소엔 마시지도 않는 커피를 두 잔씩 마시고 과일 몇 조각으로 하루를 간신히 버티던 모습이 생생하다. 나를 화나게도 하고 슬프게도 했던 그런 모습들. 오늘밤은 아이스크림 한 통을 다 퍼먹고 정신없이 잠에 들어야겠다. 긴긴 잠을 잘 작정이니 오늘밤은 꿈에 나와줬으면. 미사 때 신부님의 강론처럼 "헬레나 천국 잘 도착했습니데이"하고 나에게 좀 알려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