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4일 계속

by 꽃반지

전철역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다 '소설을 쓰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강명 작가가 저서에서 '에세이는 세상과 함께 흘러간다는 느낌, 소설과 논픽션은 세계와 맞서 싸운다는 느낌'이라고 이야기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도 '소설은 링 위에서 버티는 것과 같다'라고 묘사했다. 장강명 작가는 같은 저서에서 소설 쓰기가 에세이 쓰기보다 배는 어렵다, 라는 말도 덧붙여서 잠깐 나를 겁에 질리게 했지만(눈물 콧물 쏙 빼며 에세이를 간신히 작업했기 때문에 대체 이보다 어려우면 어쩌란 말이냐,라고 따지고 싶었다) 소설의 기본 골자가 갈등이라는 걸 놓고 보면 누군가와 싸우는 것은 아무래도 몸과 마음이 상하는 일이니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고, 특히나 어려서부터 큰 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성장 배경 때문에 가상이든 현실이든 갈등이라는 서사 자체가 지옥처럼 여겨졌던 내게는, 사는 내내 어떻게든 피하려고 했던 갈등의 세계를 스스로 만들며 그 안으로 걸어가려는 욕망 자체가 기괴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모니터 앞에 앉아 눈물을 철철 흘리며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까뒤집듯 다 털어내야 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피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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