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역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다 '소설을 쓰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강명 작가가 저서에서 '에세이는 세상과 함께 흘러간다는 느낌, 소설과 논픽션은 세계와 맞서 싸운다는 느낌'이라고 이야기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도 '소설은 링 위에서 버티는 것과 같다'라고 묘사했다. 장강명 작가는 같은 저서에서 소설 쓰기가 에세이 쓰기보다 배는 어렵다, 라는 말도 덧붙여서 잠깐 나를 겁에 질리게 했지만(눈물 콧물 쏙 빼며 에세이를 간신히 작업했기 때문에 대체 이보다 어려우면 어쩌란 말이냐,라고 따지고 싶었다) 소설의 기본 골자가 갈등이라는 걸 놓고 보면 누군가와 싸우는 것은 아무래도 몸과 마음이 상하는 일이니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고, 특히나 어려서부터 큰 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성장 배경 때문에 가상이든 현실이든 갈등이라는 서사 자체가 지옥처럼 여겨졌던 내게는, 사는 내내 어떻게든 피하려고 했던 갈등의 세계를 스스로 만들며 그 안으로 걸어가려는 욕망 자체가 기괴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모니터 앞에 앉아 눈물을 철철 흘리며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까뒤집듯 다 털어내야 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피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