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9일 계속

by 꽃반지

밤 11시 30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받자마자

"잘 있었나! 첫싸라아앙!"

수화기 저편의 굵직한 남자 목소리.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음과 동시에, 잊었던 얼굴 하나를 떠올렸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짝꿍. 오래전 우연히 길거리에서 마주쳐서("내가 니 진짜 좋아했었는데!"하고 몇 번이나 말하던 친구였다) 번호를 교환한 뒤로 간간이 연락을 주고받다가 그 뒤로 또 시간이 한참이나 흘렀다.

"지현아! 니 결혼했나?"

"나 안 했는데?"

"다행이네. 결혼했으면 니 차단할라고 했다!"

"니는? 그때 결혼하고 싶다던 여자 있었잖아. 결혼했나?"

"니가 그때 내한테 안 캤나. 가랑 결혼까지 못 갈 거 같다고, 니 촉 좋다고. 니 말대로 됐다마"

"내, 내가?"

"지현아! 니 요새도 서울에 있나? 아직도 잡지 쓴다고 뭐 그래 사나?"

"내 아직도 그래 살지"

"나는 그 뒤로 방황도 마이 하고 그라다가 이제 자리도 잡고 공무원도 합격했다. 내 니보다 공부도 한참 못했는데 공무원 됐다. 대구 한번 온나. 술 마시자."

"그래 그래. 늦었지만 너무너무 축하해."


올해가 얼마 안 남았는데 몇 년 만에 걸려온 첫사랑 전화라니. 한평생 누군가의 첫사랑으로 추억되는 것도 퍽 고마운 일 같아서 전화 끊고 나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첫사랑이라는 단어를 얼마 만에 떠올려 보는지. 그나저나 내 첫사랑은 누구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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