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30일 계속

by 꽃반지

아껴두었던 며칠 전의 이야기 하나. 한 무리의 친구들과 헤어지는 할아버지가 손을 흔들며 친구들에게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인사한다. "살벌하게 잘살아!" 마침 그 곁을 지나던 나는 웃음이 터져서 할아버지 쪽을 돌아보았다. 할아버지는 나 들으라는 듯 "살벌하게 잘 살아! 살벌하게!"하고 골목이 떠나가도록 큰 소리를 냈다. 살벌하게 잘 살라니요. 어울리지 않는 듯해도 막상 붙여놓으면 둘도 없이 잘 어울리는 것들의 조합이 바로 삶이려나. 올해 다이어리의 시작 페이지에는 "내가 무엇을 하든 강박적이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이 적혀있다. 그 말이 무색하게 어느 때보다 강박적인 한 해를 보내고 말았다. 내년에는 어디 한번 살벌하게 잘 살아볼까나. 모두들 더없이 살벌하게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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