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31일

by 꽃반지

사내 메신저에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남길 수 있는 '오늘의 한마디' 란이 있다(나는 이걸 입사 7개월이 다 되어가는 시점인 오늘에야 발견했고). 8월의 어느 날에 과장님이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문장을 남겨두었고, 그 아래에는 역시 과장님이 남긴 '아 언제 지나가나'라는 댓글이 12월 중순의 날짜로 달려있었다(아마 메신저의 이 란을 알고 있던 사람은 과장님 뿐이었던듯하다).


고장 나서 며칠째 쓰지 않는 내 가습기에 채워진 물을 보고 맞은편의 대리님이 "고인물도 썩어요"라고 이야기했고, 게으른 천성을 들킨 것 같아 머쓱하게 웃자 그녀는 "나도 고인물이에요. 그래서 썩었어"하고 한마디를 더 보태 나를 웃게 만들었다. 거의 3주째 내 카톡을 확인하지 않던 동생은 잘 지내냐는 물음에 '나는 걍 산다'라는 답을 마침내 보내왔고, 괜찮냐는 물음에는 끝내 답이 없었다. 여전히 할 일은 쌓여있고 써내야 할 보고서도 많은, 여느 날과 다름없는 아침. 2020년의 마지막 아침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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