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8일

by 꽃반지

악몽을 꾸고 나면 마음이 서늘해, 그때가 얼마나 깊은 밤이든 아랑곳 않고 가까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듣고 싶다. 나는 이 심정을 정확히 아는데, 영화 <그래비티>에서 비행선을 타고 우주를 떠돌던 주인공이 우연히 지구의 통신과 주파수가 맞아 개 짖는 소리와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못내 반가워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꿈에서 간신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현실과 닿을 수 있는 아주 작은 조각이라도 충분히 넉넉한 법이니까. 그렇지만 잠에 잠겨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가 찡그릴 얼굴을 떠올리면(곤한 잠을 깨워놓고 이유가 고작 악몽이라니!) 금세 단념하고 만다. 유학시절에는 흐느끼면서 잠을 자는 나를 룸메가 곧잘 흔들어 깨웠었다. 울면서 자면 안 된대, 하고.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 꿈에서 깨면 눈물이 온 얼굴을 타고 흘러 턱을 지나 목에까지 맺혀있곤 했다. 이기리 시인이 "세상으로부터 주파수가 맞춰지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던 기분을 찾기 위해, 나는 꿈이라는 우주를 떠돌다 간신히 한 줄을 쓴다. 키보드 소리로 아득하게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를 대신해보려고. 아직까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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