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6일

by 꽃반지

얼마 전에 만난 동생이 "저는 도시에서 사는 게 맞지 않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했는데, 그러고 보면 사람이 날 때부터 이유 없이 끌리는 것은 정해져 있고 그걸 외면하면서 살수록 힘든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풀 냄새 나무 냄새를 좋아하고 책 좋아하고 조용한 것 좋아하고 멍하니 창밖 보는 것 좋아하고, 좋아하는 건 이런 것들밖에 없어서 이대로 어른이 되면 뭘 먹고 사나를 걱정하면서 내키지 않는 경쟁에 매달려 온 거 같아요. 그 과정에서 얻은 것도 물론 있지만 내내 느껴지던 우울감, 행복하지 않다는 느낌은 무엇으로도 상쇄되지 않고 보상받을 길도 없어 지난날을 돌아보니 아득하기만 합니다. 요즘 나의 행복은 짙은 풀 냄새를 맡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잠깐의 순간과 아침에 일어나서 바라보는 집 앞의 작은 숲입니다. 그때마다 문득 생각해요. 나의 행복을 위해서 좀 더 노력해야겠다. 뭔가를 쌓으려고 이루려고 해내려고 하다가 다 놓쳐버리지 말고 살아야겠다고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1년 6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