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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준 May 22. 2022

마크 싱어

피넛 버터와 오후의 코끼리


 지금은 우리가 잘나가는 마크 싱어가 되었지만, 덴젤 워싱턴으로 떠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론 실버에서 브루스 윌리스나 추고 있었겠지. 우리가 어떻게 마크 싱어가 되었냐고?

 그때는 게리 부시가 재선에 성공했고, 모건 프리먼이 자유를 외쳤으며, 슈워제네거에서 정상 회담이 열린 시기였지. 국제적인 정세가 급변하던 시기였던 거야. 냉전이 종식되고, 무역장벽마저 허물어져 전 세계가 본격적인 경쟁 체계로 돌입하게 된 거지.

 상황이 이쯤 되니 우리는 덴젤 워싱턴으로 떠나기로 했어. 우리는 마지막 밤을 로버트 잉글런드에서 보냈네. 저녁으로 라이언 오닐로 구운 로렌스 피쉬번을 먹고, 잭 니콜슨에 잭 레몬을 잔뜩 뿌려 마셨지. 그리고 새벽 여명을 등지고 덴젤 워싱턴으로 떠났어. 왜 하필 이 시기에 덴젤 워싱턴이었냐고?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 거기에 새로 생긴 그레고리 하인즈 체인점이 있었거든. 우리는 중고로 구입한 로버트 레드포드를 탔네. 비록 5000달러짜리 중고 픽업트럭이었지만, 은은한 붉은색이 매력적인 근사한 차였지. 우리는 스티븐 시걸을 사이좋게 나눠 피우며 윌 스미스의 앨범을 틀고 미친 듯이 장끌 로드를 달렸네. 마치 무엇에 홀린 듯했어. 그때였어. 계기판은 88마일을 가리키고 있었고, 리처드 기어를 5단으로 변속하던 시점이었어. 갑자기 차체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한 거야. 주위가 어두워지고, 차 안에는 냉기가 돌았네. 이게 한 5분 정도 지속되었을 거야. 그러더니 이내 잠잠해졌어. 맑은 햇살은 차창 안을 비취고 있었고, 세상은 무서울 정도로 고요했어. 우리는 여전히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지.

 우리가 다른 시공간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 로버트 잉글런드에 안소니 퀸이 재위를 하던 시절로 돌아간 거야. 우리는 다른 것보다 덴젤 워싱턴에 그레고리 하인즈를 갈 수 없다는 아쉬움으로 슬픔에 잠겼지. 거기서 데니스 호퍼를 잔뜩 먹을 계획이었거든. 우리는 잠시 차를 세우고 옆에 보이는 샘 워터스톤에서 목을 축였네. 그리고 옆을 보니 아주 잘 익은 밴 애플렉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지. 우리는 미친 듯이 애플렉을 따먹으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지. 

 그때 전단이 하나 보였는데 그게 바로 로버트 포스터였어. 우리는 로버트 포스터를 꼼꼼히 살펴봤어. 마크 싱어를 뽑는다는 오디션이었지. 우리는 그 길로 워렌 비티로 찾아가 오디션을 봤지. 그때 우리는 미키 루크, 미키 루니, 그리고 미키 마우스를 연기했어. 우리도 믿기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것으로 극단에 들어갔네. 그리고 마크 싱어가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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