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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nstaste Aug 20. 2019

천천히 느리게 걸어보는 포틀랜드 여행

잃어버린 취향을 찾아서


“포틀랜드에서만 일주일을 머무른다고?” 포틀랜드 숙소에서 만난 캐나다 출신 사이먼이라는 친구가 물었다. 그렇다고 하니 “주변에 있는 시애틀도 안 가고?”하고 되묻는다. 부끄럽게도 시애틀이 근처에 있는지도 몰랐던 터라 다시 한번 똑같이 답했다. 이런 반응을 가질 만도 하다. 포틀랜드 인구수는 약 65만 명. 우리나라 전주시 인구수와 비슷한 작은 도시이고,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지도 않으니까.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여행 버킷리스트 1순위는 언제나 포틀랜드가 차지할 정도로 호기심이 가는 곳이었다. 


포틀랜드는 ‘힙스터의 도시’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선 ‘힙(hip)’하다는 말이 최신 유행에 민감하다는 의미가 강하다면, 포틀랜드에선 주류 문화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뜻한다.

포틀랜드에서는 카페만 봐도 유명 체인점보다 매일 신선한 원두를 볶는 로스터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건 식당이나 천연 염색 옷가게처럼 친환경을 고집하는 가게 또한 즐비하다. 뿐만 아니라 매년 포틀랜드에서는 ‘세계 누드 자전거 타기(World Naked Bike Ride)’라는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운송수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표현하기 위해, 도심 한복판에서 모두가 옷을 벗고 자전거를 탄다.


포틀랜드를 대표하는 슬로건부터 ‘Keep Portland Weird’라고 하니 어쩐지 알 만도 하다. 이런 포틀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나니, 이 도시를 알아가기에 일주일이라는 시간도 그리 길지만은 않을 것 같다.



포틀랜드는 ‘Tax Free’인 도시답게 교통비도 저렴한 편이다. 1회 이용 요금은 2.5달러(환승 가능), 원 데이 패스는 5달러 정도다. 노선마다 돈을 더 지불할 필요도 없다. 포틀랜드에선 Trimet이라는 업체가 총 80개의 버스 노선을 비롯해 스트릿카, 맥스 등 각종 교통수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 티켓 하나로 어디든 갈 수 있다.

 

미리 트라이맷(Trimet) 앱으로 7일간 교통수단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26달러 주고 구매했다. 당당히 표를 검사받고 타려 했는데, 아무도 확인하는 사람이 없다. 양심에 맡기는 시스템인가... 굉장히 신선한 첫 인상이었다. 왠지 시작부터 이 도시 사람들이 흥미롭다.


① 라르도 Lardo


숙소에서 짐을 간단히 정리하고,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미국에서 첫 식사는 샌드위치를 파는 라르도(Lardo)에서 먹어보기로 했다. 영어가 빼곡한 메뉴판을 보니 미국에 온 게 실감이 났다. 메인 메뉴 중에서는 김치가 들어간 코리안 포크 숄더나 반미 샌드위치가 유명하다. 사이드로는 더티 프라이가 평이 괜찮다.



반미 샌드위치를 시키니 치아바타 빵 위에 돼지고기 미트볼과 오이, 당근, 고수 같은 야채가 올라가 있다. 소스는 살짝 매콤한 마요네즈였는데 간은 살짝 심심하다. 고기도 육즙이 가득한 미국 맛(?)을 기대하고 시킨 거라, 미트볼이 약간은 밋밋하게 느껴졌다. 양이 많은 편이라 절반은 포장했다. 누구나 편하게 포장을 해가도록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싸갈 때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


② 파웰 북스 Powell’s City of Books


포틀랜드에 가볼만한 곳을 찾다 보면, ‘파웰 북스(Powell’s City of Books)’라는 서점이 꼭 등장한다. 고작 서점이 유명하다고? 마음의 소리가 들렸지만, CNN이 뽑은 가장 멋진 서점이자 영국 가디언지가 선정한 세계의 독립서점 1위라고 한다. 화려한 수식어를 들으니, 의문은 호기심으로 변했다.



1971년에 문을 열어 점점 크기를 확장해 지금은 4층 규모를 자랑하는 파웰 북스. 개인 소유 서점 중 가장 크다던데, 규모도 규모지만 소장 중인 책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파웰 서점 간판을 보면, USED&NEW BOOK라고 새 책 보다 헌 책을 앞세워 써놓았다. 매일 3000권의 중고책을 구매하다보니 헌 책의 양도 상당하다고 한다. 천천히 서점을 구경하다보면, 그동안 찾고 있던 희귀 서적을 발견하는 행운이 따를 것만 같다.


③ 포틀랜드 아트 뮤지엄


어느 정도 중심가를 둘러보고 포틀랜드 아트 뮤지엄으로 갔다. 포틀랜드 아트 뮤지엄은 1982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12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포틀랜드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다.



미술관은 두 개의 메인 빌딩으로 구성되어 있고, 지하 1층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고대부터 시작되는 작품 수는 4만 2000점에 이른다. 이 같은 상설 전시와 더불어 현대 예술 및 특별전을 진행하며 매번 흥미로운 대비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박물관이라고 한다.



<일본 고전 미술 속 시와 삽화(Poetic Imagination Japanase Art)>와 <조선 후기의 지도 및 지형도(The Shape of the Land)> 같은 아시아 미술 전시를 진행 중이었는데, 다른 작품들과 다양성을 유지하려는 흔적이 엿보였다. 먼 타국에서 익숙한 형상을 지닌 조선 시대 백자를 만나니 괜히 반가웠다. 뿐만 아니라 클로드 모네, 고흐, 에드워드 호퍼처럼 유명 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어서 20달러라는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전시였다.


④ 에어리얼 트램 Aerial tram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대망의 마지막 코스는 에어리얼 트램을 타고 올라가 일몰을 보는 것으로 장식하기로 했다. 숙소 직원으로부터 일몰 보기 좋은 장소로 추천받은 곳이기도 해서 내심 기대가 됐다. 



포틀랜드 에어리얼 트램을 타기 위해서는 South Waterfront Lower Tram Terminal로 찾아가면 된다. 이 트램은 관광 목적이 아니라 OHSU(Oregon Health&Science University)까지 이어주는 교통수단이다. OHSU 안에는 병원이 있어서 매일 오가는 통근자 및 내방객이 하루 평균 이만 명이 넘을 정도로 많아서 이동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포틀랜드 에어리얼 트램은 152m 높이에서 1km를 가는데 약 4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 트램은 운행 시간 동안 7분마다 오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만 피하면 오래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다.


큰 노력(ex.등산)을 들이지 않고도 포틀랜드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니! 특히 온통 분홍빛 파스텔톤으로 물드는 석양이 지는 시간에 오면, 더욱 낭만적인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내친김에 야경을 보고 내려오려고 했지만, 주변이 점점 어두워지자 살짝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혼자니까 미리 조심해야지'라는 생각에 결국 숙소로 향하는 스트릿카를 탔다. 아직은 이 도시가 낯설지만, 내일은 조금 더 익숙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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