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이슬이 오니 ○○○ 한 잔? - 한로
24절기 중 17번째 절기에 해당하는 한로(寒露)입니다. '찬 이슬'이라는 뜻의 한로는 양력으로 10월 8일 내지 9일에 해당되며 이 무렵 이후부터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합니다. ‘한로가 지나면 제비도 강남으로 간다.’라는 속담이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중양절(重陽節)이 있습니다. 음력 9월 9일에 해당하며 양(陽)의 수 가운데 가장 큰 수인 9가 겹치는 날로 중구절(重九日)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 날엔 예쁘게 물든 국화꽃을 따서 전(국화전)을 붙이거나, 술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참고로 옛사람들은 홀수가 겹치는 날을 중히 여겨 명절로 삼았습니다.(음양사상(陰陽思想)에 따르면) 홀수는 양수(陽數), 짝수는 음수(陰數)이므로 홀수가 겹치는 날은 양기가 왕성한 날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1월 1일 설날, 3월 3일 삼짇날, 5월 5일 단오, 7월 7일 칠석날, 9월 9일 중양절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홀수 숫자를 중하게 여기는 문화는 지금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결혼식에 하객으로 가거나 장례식에 조문 갈 때 부조금(扶助金 : 도울 부, 도울 조, 돈 금)을 내는 전통이 있는데, 관례적으로 3만 원, 5만 원 식으로 홀수에 금액을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때도 30만 원, 50만 원 식으로 하지 40만 원 60만 원은 왠지 불편합니다. 반면 중국에서는 짝수를 선호합니다. 결혼식 때 신랑 신부에게 건네는 축의금을 ‘홍빠오(紅包)’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짝수로 맞춰 금액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특히 중국인들은 ‘부자 된다(發財:중국어로는 ‘파차이’)’는 뜻의 ‘8’ 자를 가장 좋아하는데, 8이 들어간 주소, 자동차 번호, 핸드폰 번호는 프리미엄이 붙어 고가에 거래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중국인들의 ‘8’ 자 사랑은 대단해서 중국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은 2008년 8월 8일 저녁 8시 8분에 시작했습니다.
한편 문자와 숫자의 결합을 통해 네티즌 사이에서 급속도로 파급되는 언어체계를 ‘알파뉴메릭’이라고 하는데, 이를 활용한 브랜드 작명법에 홀수를 선호하는 경향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가령 모 자동차 회사에서 알파뉴메릭을 활용해 자동차 시리즈를 내놓을 때, K3, K5, K7, K9 식으로 출시한 적이 있습니다. A3, A4, A5, A6, A7, A8 등의 외국 차량과 비교해보면 그 특징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무렵에는 몸보신을 위해 추어탕을 즐겨 먹었다고 합니다. 예부터 미꾸라지는 가을에 누렇게 살찌는 고기라 하여 '추어(鰍魚)'라고 불렀는데, 여름내 더위와 일에 지친 농민들에게 기력을 보충해주는 좋은 보양 음식이었습니다. 찬 이슬 시기(한로)에 특정 상품명의 소주가 생각납니다. 추어탕에 소주 한 잔 먹고 힘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