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할머니를 때리지 말라 – 노인의 날(10.2.

by 어진아빠

예전 한 고등학생 무리들이 평화의 소녀상에 놓인 꽃으로 할머니를 때리며 조롱한 일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60대 할머니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려다 여의치 않자 자리를 피하려는 할머니를 막으며 손수레를 발로 걷어차기까지 했습니다. 촬영을 하는 여학생은 낄낄댔고, 주변에 할머니를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학생들은 장난이었다면서 변명하기에 바빴고 할머니는 학생들이 처벌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한 때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훈육을 빙자한 체벌이 흔했던 시절에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당연시되던 훈육과 체벌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문구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교육관 아래에서 존중받고 자라온 아이들이 꽃으로 노인을 때리는 모습을 보니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별적인 상황을 전체적으로 확대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리고 그 아이들이 자라온 환경이나 상황을 모르고서 섣불리 판단하는 것이 섣부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아이들이 주도하는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는 것만큼은 학교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10월 2일 노인(老人)의 날입니다.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을 간직하게 하고 노인 문제에 대한 나라와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하여 제정한 날입니다. 지금은 의미가 많이 퇴색됐지만 노인 공경에 대한 미풍양속(美風良俗)은 대대로 전해 내려온 소중한 전통입니다. 정철의 훈민가(訓民歌 : 가르칠 훈, 백성 민, 노래 가) 중 노인공경의 내용을 담은 시조 한 수를 살펴보겠습니다.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 나는 젊었으니 돌이라 무거울까 / 늙기도 서럽거늘 짐조차 지실까” - 정철 훈민가 중 16수

노랫말에서 늙은이라는 표현이 보입니다. 지금이야 늙은이 하면 비하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표현으로 어르신이 있습니다. 어르신은 본래 남성 어른을 높일 때 쓰는 표현인데, 지금은 구별하지 않고 나이가 많은 사람을 높여서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어른’에서 온 표현으로 높임 선어말 어미 ‘-시-’가 들어간 특이한 형태의 어휘입니다. 참고로 어른은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나누다, 몸을 합한다’는 ‘얼우다/얼다’에 사람을 뜻하는 ‘이’가 결합되어 생긴 말이라고 합니다. 황진이의 시조 ‘동짓달 기나긴 밤에’에 ‘얼운님 오신 날’이라는 표현이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결국 어른은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은 사람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잘 쓰지 않지만 춘부장(椿府丈)이란 단어도 (살아 계신) 상대방의 아버지를 높여 부를 때 쓰던 말입니다. 춘(椿)은 ‘대춘(大椿)’이라는 상상 속 나무로 8천 년을 봄으로 삼고, 다시 8천 년을 가을로 삼는다고 합니다. 결국 대춘의 일 년은 3만 2천 년이라 볼 수 있기에 오래오래 살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부(府)는 곳집, 창고 등의 큰 집을 의미하고 장(丈)은 손에 막대를 든 모습으로 어른이란 뜻입니다. 상대방 어머니를 높여 부를 때는 자당(慈堂 : 자애로울 자, 집 당), 훤당(萱堂)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자는 ‘자애롭다’는 의미의 한자어이고, 훤당의 ‘훤(萱)’은 원추리꽃을 의미하는데, 근심을 잊을 정도로 아름다운 꽃이라 하여 ‘망우초(忘憂草 : 잊을 망, 근심 우, 풀 초)’라고도 불립니다. 옛날 어머니들이 거처하는 곳에 원추리를 심었다고 한 데서 유래한 표현입니다.

나이가 들면 힘이 약해지지만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함을 보여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전국노래자랑’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최고령 MC 송해(94·본명 송복희) 선생님은 2021년 현재까지도 현직에서 활동하고 계시며, 2~30대 보다 더 좋은 근육을 지닌 80넘은 몸짱 할아버지도 TV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노익장을 보여주시는 분들인데 여기서 노익장(老益壯 : 늙을 로, 더할 익, 씩씩할 장)노당익장의 줄임말로 늙음에 당하여 더욱 씩씩해지고 기력이 좋아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노인을 비하하는 의미로 꼰대, 틀딱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꼰대는 프랑스어의 백작이라는 의미의 '꼼떼(comte)'라는 말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친일파들이 백작과 같은 어떤 지위를 수여받고 본인들이 스스로를 꼰대라고 불렀는데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비웃으며 일본식 발음인 꼰대라고 불렀다는 것입니다. 이 외에 번데기의 영남 사투리인 '꼰데기'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번데기처럼 주름이 자글자글한 늙은이라는 의미에서 꼰데기라고 부르다 꼰대가 되었다는 설명입니다. 틀딱은 '틀니'와 부딪치는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 '딱'이 합쳐진 것으로 틀니를 한 노인의 모습에서 착안하여 만들어진 혐오성 단어입니다. 말이 주는 영향력과 파급력을 생각할 때, 말 자체에 무시와 비하, 조롱의 의미가 담겨 있는 이런 혐오성 표현들의 사용을 자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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