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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마신토끼 Aug 19. 2022

노이즈 캔슬링, 소리가 소음으로 들리다.

내 주변은 생각보다 많은 소리로 채워져 있었다.

한동안 열심히 썼던 고고학 이야기 말고, 오늘 쓸 글은 나만의 개인적인 이야기.

 써볼까.. 하며 노트북 메모를 뒤적거리다 보니, 발견한 메모.  내용으로 추측컨대 아마, 내가 처음 노이즈 캔슬링을 경험하고 난 뒤인 것 같다.


1월 28일.

나에게 소리는 노이즈 캔슬링 이전과 이후로 나뉘었다.


핸드폰 요금제 중에 에어 팟 디바이스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있어서 선택하니 내 손에 쥐어진  에어팟.

하지만 안드로이드 핸드폰을 쓰고 있던 탓에 나한테는 에어팟이 크게 필요 없었다. 당근에 팔까.. 하며 고민하고 있던 찰나, 에어팟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남편이 자기가 쓰겠다며 달라는 소리에 한치의 고민 없이 남편 손으로 에어팟이 넘어갔었다.


그러고 나서 잊고 있었는데 남편이 에어팟 노이즈 캔슬링 괜찮은데? 하는 소리에 어 그래? 하며 무심결에 써본 에어팟 노이즈 캔슬링은 그동안 몰랐던 신세계로 나를 이끌어 주었다. 그 덕택에 뜻하지 않게 갤럭시 버즈 프로.. 를 구입하는 쾌거까지 가버리고 말았지만.


노이즈 캔슬링을 경험하고 나니, 새삼 세상은 생각보다 많은 소리를 가지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귀에 익어 이게 마치 소리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그 모든 것들에 내가 둘러 쌓여 있었다는 것도 말이다.

출근하면서 노이즈 캔슬링으로 나만의 고요한 세상을 만들다가 일하려고 이어폰을 빼면, 에어컨 움직이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들려서 깜짝 놀랐던 적도 있었다.  이게.. 이렇게 소리가 컸다고..? 하면서 말이다.


다른 게 바뀐 게 아니라 그저 노이즈 캔슬링이라는 기술을 경험했을 뿐이었는데, 그 세계를 경험하고 나니 소리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그 모든 것들이 이제는 소리가 아닌 소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는 것 자체도 생각보다 큰 충격이었다.


의도 한건 아니지만, 에어팟 과 갤럭시 버즈 프로 노이즈 캔슬링 둘 다 체험하게 된 나름의 경험자로써 만약 핸드폰 기존을 생각하지 않고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바로 갤럭시 버즈의 손을 들 것 같다.


에어팟이 아니라 버즈라고? 하는 의문이 생기실 듯하다. 하지만 내가 갤럭시 버즈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에어팟으로 노이즈 캔슬링을 첨 접했을 때 느꼈던 감각은, 진공 상태의 우주에 나 홀로 두둥실 떠 있는 느낌이었다. 에어팟이 주변의 공기를 진공청소기처럼 쑤욱 빨아드리면서 느껴지는 그 감각은 사실 아직도 잊히지 않을 정도. 이런 게  노이즈 캔슬링이라고? 이런 게 있었다고? 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누가 보면 꼭  타임슬립을 통해 이제 막 현대로 넘어온 사람인 줄...


출처 NASA의 Unsplash


갤럭시 버즈의 노이즈 캔슬링도 이런 감각을 생각하며 맨 처음 착용했을 땐 그런 진공상태의 느낌이 들지 않아 버즈가 고장 난 줄 알았었다. 하지만 오히려 갤럭시 버즈 노이즈 캔슬링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에어팟의 그런 진공 느낌이 없어서 이기도 하다.


에어팟의 노이즈 캔슬링은 정말 아직도 그 감각이 생생할 정도로 나에게는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과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그 우주에 있는 듯한 그 고립감에 익숙해져버릴까 봐.

그 고립감에 익숙해져서 세상의 모든 소리들이 소음으로 다 변해버릴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에 선뜻 에어팟의 노이즈 캔슬링에 손을 들어주기가 어려울 성싶다.


이제 노이즈 캔슬링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려서 막 경험했던 저 시점의 감각은 잊은 지 오래이지만 그래도 내 주변의 소리를 소음으로 인식하지 않으려고 가끔은 산책할 때 갤럭시 버즈를 두고 가기도 한다.


선선해진 요즘. 저녁에 들리는 소리들이 노이즈 캔슬링을 통해서 듣는 음악들보다 더 매력적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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