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실망했다.

by 승현

내가 썼던 글을 인터넷에도 등록해 보려다가 여기 브런치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글을 쓰려면 심사를 통해 자격을 받아야 한단다.

세상에, 인터넷에 글 올리는데 심사까지 받고, 잘하면 출간도 해준다고? 어마어마한 곳이군. 이렇게 생각했다.
심사에 두 번 세 번 떨어졌다는 글들도 있어서 나름 적잖이 긴장한 것인데, 나는 다행인지 한 번에 통과되어 글을 바로 올릴 수 있게 되었다.

곧이어 나는 과연 어떤 글들이 있는지 훑어보았다.

그리고 실망했다.

과연 전문가 느낌이 나는 글들을 올리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지만, 그 옛날 싸이월드 일기장보다 못한 글들도 수두룩했다.

글 달랑 한 줄 올려놓고 감성 수필이라는 꼬리표를 달아놓거나, 그냥 육아일기에 적을 만한 개인적인 기록이라든지, 2000년대 유행하던 웹 소설같이 유치한 이모티콘이 가득한 알맹이 없는 글들도 있었다. 게다가 유료였다. 그렇다. 멤버십이라는 게 있는데, 유료회원이 되어야 볼 수 있는 글들이 그랬다.

내가 감히 뭐라고 다른 사람이 쓴 글을 펌하하는 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작심하고 글을 쓰고 싶은 자들이 심사에 떨어져 낙담했다는 글도 보았고, 정말 진지하게 고뇌한 흔적이 보이는 글들과 앞선 말 한 얕은 글들이 나란히 있는 모습을 보니 과연 이들의 심사는 무엇을 위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브런치라는 공간의 질이 전체적으로 낮추어져 보이는 효과까지 있었다.

출간도 해주는 곳이라길래 뭔가 대단한 곳이라 생각한 내가, 또한 다른 이의 글을 우습게 본 내가 잘못한 거겠지...라고 생각도 하고 싶지만 무언가 납득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여태껏 공책에만 기록을 해와서 남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던 것인데, 최근 이래저래 공유를 해보라는 권유에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했고, 브런치에도 연재를 시작하긴 했다.(이미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들이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나도 확실치는 않다.

하지만 깊게 고뇌한 글과 가볍게 쓰인 글들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는 건 무언가 작가에게 무례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걸까.

참, 밀리로드라는 곳도 있는데 여긴 글을 쓰는 걸 포기했다. 밀리로드는 무조건 천자 이상 써야 하더라... 나는 짧은 경수필 위주로 쓰는데, 할 수 없지 뭐. 거긴 장편 소설만 받아주나 보다.

공책에 기록해 놓았던 글들이 아직 수십 개가 남아있다.
하나씩 조금씩 이곳에 올려볼 것이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