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활개치고 있다.
그래, 시대의 흐름이 그러하니 이제 어쩔 도리가 없다.
기계가 만들어주는 양식에 사고를 잃고 손을 놓고 사는 인류가 생기고 있다.
그 와중에 AI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직업이라고 해도 될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것이 생기고 있다.
크리에이터. 창작자라는 말이다.
창작. 자기가 창조해 만든다는 말이다.
이것 참 인공지능과 이렇게도 안 어울리는 말이 있을 수가 없다.
내가 피자집에 들어간다.
크기는 L, 페퍼로니랑 불고기 넣어서 반반. 치즈 많이. 그리고 고구마 크러스트로 해주세요-라고 말한다.
피자를 받고 가게를 나온 나는 피자 크리에이터인가?
아니다, 난 지시를 내렸고 피자는 주방장이 구웠다.
결국 인공지능에게 얼마나 자세히 지시한들, 얼마나 세심하게 조정한들, 그 방법을 얼마나 익히고 있던지, 인간은 단지 명령자일 뿐이다. 만드는 건 인공지능이지 내가 아니다.
주방장 어깨너머로 내가 일일이 말한다.
반죽은 힘차게 펴고, 올곧게 동그랗게 하고, 토마토소스는 이만큼, 페퍼로니는 여기에 불고기는 여기에, 오븐 온도는 몇 도에, 피클은 두 개 챙겨-라고 세심하게 지도해 봤자 그 피자는 주방장이 만들었다.
내가 피자를 들고 집에 가서 엄마에게 내가 만들었어, 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AI 크리에이터라는 말은 모순 그 자체이다.
정말 당신이 뭔가를 만든다고 생각하나?
글의 삽화를 위해 인공지능이 만든 사진을 쓰는 경우를 종종 본다. 분명 편리하겠지. 인터넷을 뒤져가며 알맞은 사진을 찾고 출처를 남길 필요도 없다. 그리고 나보다 미적으로 잘 표현해 주니 이보다 좋을 리가 있을까.
아니, 정말 좋을 리가 있을까.
나는 그들이 투박하고 삐뚤어진 선으로 그린 손그림을 보고 싶다. 진정성을 보고 싶다. 얼굴은 동그랗게 팔다리는 젓가락처럼 그려놨어도 그게 좋을 거다 분명. 인간의 고뇌의 결과에는 인간의 흔적이 있어야 한다.
도구를 머리 위에 올리지 마라. 언젠간 발등으로 떨어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