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지는 휴일

by 승현

일요일이다. 내일부터 설날이니 나흘간 연휴다.
그래서 그런지 위층이 소란스럽다. 친척들이라도 온 걸까. 쿵쿵 쾅쾅 바닥을 내리찍는다. 이거 평범한 소리가 아닌데? 몇 시간이나 계속된다. 평소에도 소란스러운 위층이었고, 연휴이니 아이들이라도 뛰어노나 싶지만 너무하게도 심각하게 방방 뛴다. 옷장이나 그런 게 넘어지는 듯한 강한 충격이 오전부터 계속된다. 이거 이대로 놔두면 사흘 내내 이러겠군, 하는 생각에 위층으로 올라갔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주민들과 괜한 불화가 생기니 직접 대면하지 말라 하지만 어쩌겠나, 사흘간 휴일이라 관리사무소에도 사람이 없는걸. 그래서 두근거림을 무릅쓰고 직접 올라간 것이다.

바로 위층의 초인종을 누르니 젊은 남자가 나왔다. 날 보자마자 뒤에 지나가던 아줌마가 "우리 집 아니에요!"라고 성질을 낸다. 저 사람은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참 예의 없는 사람이다. 대신 젊은 남자는 불안하면서도 온화한 표정으로 날 맞아주었다. 사정을 설명하니 자기들도 소음이 들리다며, 옆집인 거 같아 무섭다고 했다. 대체 뭐가 무섭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침 옆집에서 굉장히 소란스러운 기척이 느껴져 나는 옆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문을 열자 코피가 터져 하관이 벌겋게 범벅이 된 남자가 나왔다. 그리고 나와 대화할새도 없이 다른 남자가 안에서 고성을 지르고 있다. 뭔가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집안의 물건들이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다. 그 둘은 날 현관 앞에 방치한 채로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죽인다느니 뭘 찾아오라느니 하면서. 역시 평범한 층간 소음이 아니었군. 아이가 뛰노는 게 아니라 남자 두 명이 피 터지게 싸우는 소리였다. 술에 취한 듯 혀가 꼬부라진 남자가 날 보며 "경찰 불러!" 하면서 성질을 낸다. 뉘신지는 모르겠지만 분부대로 합죠 네, 나는 전화기를 들어 경찰에 신고했다.

층간 소음이 너무 심해서 확인차 올라갔더니 한 명은 얼굴이 피범벅이고 엄청나게 싸우고 있는데요, 이거 놔둬도 될까요? 종일 시끄러울 거 같기도 하거니와, 저러다 한 명 크게 다치겠는데요. 라고 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무기를 들었는지, 구급차가 필요한지 물었다. 나는 무기는 안 보이지만 피를 흘리고 있고 얼마나 심각한지는 이 집에 들어갈 수 없어서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고가 끝난 후 처음 방문했던 윗집에 찾아갔다. 그 집의 아줌마는 지난번 층간 소음 확인차 대면했을 때 굉장히 예의범절이 없는 사람이라 느껴 솔직히 정이 가지 않지만, 지금 있었던 일을 설명하는 게 내 도리인 거 같아 다시 그 집을 찾은 것이다. 이번엔 놀라지 않게 초인종 대신 문을 두드렸다. 젊은 남자가 다시 나왔다. 이래저래 해서 옆집이 원인인데 경찰 불렀으니 소란스러워도 잠깐만 참아주세요, 이제 조용해질 겁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층간 소음 때문에 대면했을 때 나 때문에 불편했던 거 같은데 어머님께 (어머님 맞으시죠? 네 맞아요) 실례했다고 꼭 전해주세요, 라고 말했다. 젊은 남자는 안도했다는 듯이 방긋 웃으며 이웃끼리 잘 지내야지 나보고 안심하라고 했다. 이 젊은 남자, 아들은 참 인상이 좋았다. 아줌마도 얼굴 좀 펴고 사시면 좋을 텐데 맨날 찡그리고 있다.

아무튼 서로 명절 잘 보내라고 웃으며 인사하고 나오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윗집 싸움에 내가 경찰을 부른 게 오지랖인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나흘 내내 관리사무소도 비어있어 층간소음 주의를 줄 수도 없거니와, 싸우는 모습을 보니 오늘 누구 하나 병원에 실려갈 수도 있었을 테니 그렇게 오지랖은 아닐 거라고 자신에게 말하며 나는 집에 돌아와 보던 영화를 계속 이어봤다.

이런 일이 있으면 나같이 정신력이 약한 사람은 괜히 찝찝하다. 내가 올라가서 윗집 아줌마가 또 싫어하는 거 아닐지 (그 아들은 참 착했지만), 윗옆집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함 같은 여러 감정이 쏟아져 내려온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후 더 이상 천장이 무너지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만 싸우기로 한 건지, 한 명을 경찰이 데려간 건지는 모르겠다. 주차장에 있던 경찰차와 구급차도 어느새 사라졌다. 나는 영화를 끝까지 시청했다. 정말 더럽게 재미없는 영화였다. 연휴 내내 할 일도 없는데 복작복작한 기분만 마음에 내려앉는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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