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받아 들고 2층으로 올라왔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컵 안의 얼음이 서로 부딪히며 달그락거렸다.
창가 자리를 하나 골라 앉았다.
맞은편에는 동생이 앉아 있다.
벌써 패드 위에는 토익 영어 단어장이 떠 있고 손에는 펜이 들려 있다.
단어를 하나 읽다가 패드 한쪽에 빨간색 글씨로 낙서를 한다.
동그라미 하나, 별 하나. 괜히 선을 몇 번 긋다가 다시 지운다.
그러다 다시 단어를 읽는다.
조금 전에도 동생이 중얼거렸다.
“gourmet… 미식가… gourmet.”
발음이 맞는지 몇 번 더 따라 읽더니
단어 옆에 별표를 하나 그려 놓는다.
나는 노트북을 켜 두었다.
오늘은 AI를 조금 공부해 보려고 했다.
요즘 AI로 만든 음악이 궁금해서 이것저것 들어보고 있는 중이었다.
재즈처럼 들리는 음악도 있고, 어딘가 게임 배경음악 같은 것도 있고,
사람이 아닌 목소리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잠깐 사람인가 싶어지는 것도 있다.
몇 곡을 넘겨 듣다가 이내 멈춘다.
그래서… 오늘은 어떤 AI를 공부하려고 했지?
검색창을 열었다가 닫는다.
영상 하나를 틀었다가 중간에 끈다.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결국 노트북 메모장을 열었다.
아무 글도 없는 빈 화면에서 커서만 깜빡인다.
고개를 들어 카페 안을 둘러봤다.
왼쪽 테이블에는 노트북을 펼쳐 놓은 사람이 있다.
문서 창이 열려 있지만 글은 거의 늘어나지 않는다.
몇 글자를 적다가 멈추고 컵을 들었다 내려놓는다.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또 멈춘다.
조금 떨어진 자리에는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있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 순간부터 둘 다 휴대폰을 보고 있다.
말은 멈췄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지는 않는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다.
창가 가까운 자리에는 네이비색 후드티를 입은 커플이 나란히 앉아 있다.
둘은 같은 화면을 들여다보며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나눈다.
한 사람이 웃으면 옆에 있던 사람도 따라 웃는다.
그렇게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이 공간이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카페 안에는 커피 냄새와 사람들의 시간이 섞여 있다.
누군가는 일을 하다가 잠깐 숨을 돌리러 왔을 것이고,
누군가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을 노트북 위에 올려두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연인과 시간을 보내고 있고,
누군가는 그냥 잠깐 앉아 있기 위해 들어왔을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면 별다른 일은 없다.
극적인 장면도 없다.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여기 앉아 있는 사람들은 각자 일주일을 하나씩 들고 들어온 것처럼 보인다.
조금 전까지 웃던 커플은 아마 주말 내내 같이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노트북 앞에 앉은 사람은 이번 주에 끝내지 못한 일을 여기서 마저 정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조용히 커피만 마시는 사람은 그냥 집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시간을 붙잡아 두고 있는 것 같다.
맞은편에서 동생이 다시 중얼거린다.
“gourmet… 미식가.”
나는 웃으며 말한다.
“이따 미식가처럼 먹으러 가자.”
“미나리 삼겹살?”
동생이 묻고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조금 있다가 우리는 이 카페를 나갈 것이다.
고깃집에 앉아 고기를 굽고,
오늘 있었던 일을 조금 이야기하다가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아마 그 시간에도 특별한 일은 없을 것이다.
오늘은 이렇게 대단한 사건 없이 하루가 흘러갈 것이다.
누군가와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는 시간,
영어 단어를 외우다 낙서를 하는 순간,
집중이 안 돼서 결국 글을 쓰게 되는 저녁.
나쁘지 않은 시간이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삶은 이런 장면에 가까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