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얼마 전 독일과 체코, 스위스를 다녀왔다.
오래전부터 마음에 품고 있었던 곳들이었고 버킷리스트에 적어 두기만 했던 여행이었다.
다섯 명이 함께 떠났고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해서 프랑크푸르트에서 끝난 3주간의 여행이었다.
하이델베르크와 드레스덴, 프라하와 베를린, 그리고 스위스의 여러 도시들을 지나며 이동했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도 많은 손길들이 있었다. 여행지를 추천해 주고 맛집을 알려주며 팁을 공유해 주고 여행 경비를 보태주거나 지인을 소개해주거나 숙소를 제공해 주신 분들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회사에서는 동료들이 내 몫의 일을 나누어 맡아주었다. 나의 부재를 이해해 주고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뒤에서 신경 써 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배려와 뒷받침이 있어서 이 여행은 단순히 다녀온 기록이 아니라 온전히 허락받은 시간이었다.
이번 여행은 관광지를 빠르게 지나가는 여행이 아니었다. 역사와 문화의 결을 따라 걷는 여행이었고 누군가의 시간 안으로 들어가 보는 여행이었다.
여행하는 동안 여러 번 초대를 받았다. 하이델베르크와 만하임,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슈투트가르트, 고미스발트…
도시마다 이민자들과 유학생들, 현지인들은 우리에게 기꺼이 문을 열어주었다.
공항과 기차역, 대문 앞에서 초면에도 환하게 웃어주던 사람들.
내 무거운 캐리어를 자연스럽게 가져가며 짐을 덜어주던 손길.
식탁 위에 이미 충분히 차려진 음식들 사이에서도 혹시 모자라진 않을까 몇 번이나 살피던 눈길.
헤어질 때 포옹으로 앞길을 응원해 주던 마음.
나는 그때 어떤 공간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시간’에 초대받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식탁에 함께 앉아 같은 음식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든다. 그 순간만큼은 나는 여행객이 아니라 그 자리의 손님이었다. 돌아와 생각해 보면 여행의 인상은 특정 장소보다 그런 초대의 순간들에서 더 진하게 남는다.
우리는 누군가를 초대할 때 사실은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을 잠시 투명하게 공유한다. 그 한 끗이 용기와 낯선 사람에게 문턱을 낮추는 마음이 그 어떤 언어보다 앞서는 환대의 형식이었다.
초대란 문을 열어주는 행동이라기보다 삶의 한 조각을 내어주는 마음이라는 것을 이번 여행에서 배웠다.
앞으로의 날들에도 더 많은 초대의 시간들이 오갈 수 있게 눈과 마음을 열고 살아가기를 다짐해 보며 이번 여행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