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렇구나란 체념이 주는 묘한 위로 (삼월 첫 주)

by 강은

"이제 4일 지났는데, 세월이 지난 것 같아요."


삼월 첫 주가 지났다. 아이들과 만난 지도 4일. 체감상은 몇 달은 지난 듯하다.

아이들을 만나고, 해야 할 것들을 챙기고, 쏟아지는 메신저를 확인하고,

학기 초 바쁜 업무인 자치가 내 업무라 더 분주했던, 밀도가 빽빽하게 채워진 4일.


전교 임원 후보가 서른 명이라니... 어제 쉬는 시간 내내 후보를 받다가 욕이 나올 뻔했다.


4일을 보낸 소감?

첫날부터 당황했다. 우리 반에 원래 있던 학생이 전학을 가고 첫날 전학생이 왔다. 이미 뽑아놓은 이름표나 번호를 바꾸는 건 일도 아니었다. 전입 온 학생이 첫날부터 눈에 띄었다. 뭐지? 싶었다. 이전 학교에서 적응을 못 하고 다시 돌아온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솔직히 짜증이 났다. 나름 균형을 맞춰서 반 배정을 했을 텐데. 왜 하필 우리 교실로 왔나 싶었다.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었다. 이틀이 지나고 내가 받아 들 여야지로 마음을 먹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ㅠㅠ 나를 위해서라도.


작년 이맘때에는 친구들과 만났다. 그때도 서로 며칠 사이 늙은 것 같다며 푸념을 했었다.

그러면서 더 경력이 많은 선배 선생님도 첫 주는 잠이 잘 안 온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들 그렇구나.

그게 참 위로가 되면서도 어떤 지점에서는 그때가 되어도 여전히 비슷할 것이라는 힘이 빠지는 체념, 같은 묘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 삼월은 원래 바쁜 거지 하면서도 이 분주하고 낯선 3월이 늘 쉽지 않다.

이제 적응할 때도 되었잖아라는 말보단 원래 그렇구나란 체념이 지금 내게는 이상하게 묘한 위로가 된다.


올해는 학년을 내려왔다. 아이들이 어려서 귀여워 보이면서도 또 다른 면으로 신경 써야 할 게 많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 작년의 일기도 위로를 준다. 역시나 긴장하고, 분주하고, 걱정하던 마음. 그 마음으로 첫 단추를 뀄지만 한 해를 또 잘 지나왔으니까.




얘들아, 만나서 반갑고 너무 예쁜데 걱정되기도 해.

좋은 만큼 실망할까 봐. 그런데 실망하는 것도 우리의 과정이겠지. 나의 속도로 천천히 마음을 열어볼게.

선생님도 흔들려. 이게 맞나? 저게 맞나? 하고.

아마 잘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너희를 좋아하는 마음을 지속하고 싶어서인가 봐.물론 힘들고 싶지 않고, 상처받기 싫은 마음도 있어.이런 내 마음이 다 전달될 거라 생각하진 않아. 그건 내 욕심인 걸 알아.

다만 기대하지 않고 찾아오는 기쁨을 더 소중히 간직하려 해. 서로 실수해도 된다고 괜찮다고 격려하면서 가보자. 적어도 내 진심. 잘하고 싶은 마음. 잘 지내고 싶은 마음. 무사히 안전하게 올려 보내고 싶은 마음.

나도 너희도 서로 잘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은 찐이니까. 이 진심을 안고 가볼게.


작년의 일기 중




이거저거를 벌려놓았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퇴근시간만 훌쩍 지나가버린 날.

작년에도 그랬어. 이거 하려다 저걸 하고, 그러다 뭐 하려고 했지? 하고 잊어버렸어. 나 혹시 검사받아야 하는 건 아닌가, 하고 당황했었어.


아, 그냥 3월은 이런 게 당연하구나.

챙길 게 너무 많으니까 과부하가 오고, 어느 한곳에 집중할 수 없겠구나. 놓치는 게 생기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거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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