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작업 (연극치료)
2019년 3월 23일 토요일, 용기를 내서 7년 만에 연극치료 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당시 나는 살얼음판을 위에 있는 것 같았다. 자꾸만 첫 해의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연극치료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려 카톡을 보냈다. 전화로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선생님은 그날 오후 잠깐이라도 보자고 하셨다. '오늘 보자'는 말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나 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종일 누워있던 나는 그제야 일어났다. 약속한 시간이 될 때까지 미뤄두었던 설거지와 청소를 마쳤다. 그리고 서울 식물원 앞에서 선생님을 만났다.
당시 서울 식물원은 임시개장을 했었다. 날씨가 좋은 주말이라 사람도 많았다. 선생님은 우선 같이 걷자고 했다. 나는 그동안의 이야기를 선생님에게 쏟아냈다.
"다시 그 학교로 돌아가서 담임을 맡았어요. 잘해보고 싶은데, 자꾸 첫 해의 일들이 생각났어요."
그리고 당시 우리 반에서 힘들었던 남자아이 @@이에 관해서도 말했다. @@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따끔하게 혼내지 못한 것 같아서, 잘 대처하지 못한 것 같아서, 다른 아이들이 외면할까 봐 두려움이 든다고 말했다. 내 이야기를 듣던 선생님은 나에게 과제를 냈다.
주변을 둘러보고, 이곳에 있는 작자씨의 힘을 찾아오세요. 마음에 드는 게 보이면 사진을 찍으면 돼요. 나는 출구에 있을 테니까, 천천히 돌아보고 5개만 찾아와요.
그렇게 나의 첫 작업이 시작되었다. 내 눈에 처음 보인 건 매화였다. 평소에 좋아하던 매화를 보자 "솔직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래, 나는 솔직하게 말하고, 얼굴에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사람이지. 계속 걸었다. 연못이 보였다. 모든 것을 그대로 비춰주는 물처럼 나도 누군가의 말을 듣고 "공감"을 잘해준다. 빨간색 가지를 가진 나무가 눈에 확 들어왔다. 빨간색이 주변 풍경 속에서 묘했다. 나 역시 내가 가진 나만의 "개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나가는 바람과 나의 운동화를 보면서 "부지런함"을 다시 확인했다. 이름 모를 나무의 가지가 마치 엄마 품처럼 감싸주듯 서 있었다. 그래, 나도 "사랑"이라는 힘이 있어. 못생긴 작은 풀이 눈에 띄었다. 왠지 정감이 갔다. "연민"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선생님은 5개를 찾아오라고 했는데, 6개나 발견하다니! 들뜨고 기뻤다.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점점 출구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가는 문에 다다랐다. 출구 바로 옆에 서 있는 큰 바위를 보고,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바위를 보며 떠올린 힘은 바로, "용기"였다. 왜 나의 큰 용기를 그동안 사소하게 지나쳤을까? 내 안에 이미 있었는데, 잊고 있었다. 불안해서 보지 못했다. 남들 것만 괜히 쳐다보았다. 나에게 미안해졌다.
과제를 듣고 처음엔 무엇을 찍어야 할지 몰랐다. 천천히 주변의 풍경을 하나씩 바라보았다. 내게 이런 것들이 있었지를 다시금 발견했던 시간이었다.
"그럴 수 있어요. 그곳에 다시 서니, 예전의 생각이 올라와서 기분이 가라앉고 힘들 수 있어요. 그래도 바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것도 작자씨의 힘이에요."
선생님의 말속에는 전보다 단단해진 내가 있었다. 다시 돌아간 담임선생이라는 위치에서 한 달을 살았고, 더 잘 지내기 위해 "용기"를 내서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그리고 이후 2019년의 힘든 순간마다 한 걸음씩 용기를 내어 나갔다. 첫 번째 과제로 잊고 있었던 나의 힘들을 찾았다. 우리는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겨 다음 작업을 시작했다.
그때 찍었던 사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