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2023. 1. 14.) 첫 번째 과제 후

by 강은
작가는 쓰는 사람이다.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하는 이남희교수님의 에세이 강좌가 평이 좋았다. 마침 첫 수업 날이 아이들 졸업식 다음날이었다. 아이들과 마무리하고 바로 시작되는 날짜도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을 보냈다. 에세이 첫 강좌를 들었다. 나만 보는 일기가 아니라, 독자를 고려한 글을 쓰기 위해 신청했다. 일기와 에세이가 뭐가 다른 지 알고 싶었다. 내 감정만 내립다 쓰는 일기였는데,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글도 쓰고 싶었다.


처음 강의실에 들어갔을 때, 남은 책상을 두리번대고 찾을 만큼 사람이 꽉 차 있었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싶었다. 열정적인 교수님을 보면서 잘 찾아왔구나 싶었다. 수강생 모두에게 매주 A4 한 장 분량의 과제가 주어졌다.


첫 과제의 주제는 " 내가 가장 멋지다고 느낀 장면"이었다.

과제를 보자마자 쓰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수술을 하고 재활을 하며 지냈을 때의 이야기. 고마운 무용 선생님에 대해 썼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바로 찾았으니 첫 과제는 수월했다. 마감시간보다 빨리 쓸 수 있었다. 처음이라 용감했다. 자기검열이니 뭐 없이 쓰고 싶은대로 내립다 썼으니까.(이후 과제는 거의 마감시간을 넘기거나, 간당간당하게 완성했다.)




1월 14일, 첫 번째 과제를 제출하고 에세이 강좌 두 번째 수업이 있었다. 1부는 강의 / 2부는 수강생들의 과제를 낭독하는 시간이었다. 2부가 시작되자 교수님은 칠판에 과제를 먼저 낸 사람부터 이름이 쭉 적었다. 내 이름은 중간쯤 있었다. 내 순서가 될 때쯤부터 심장이 두근거렸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긴장감. 누군가 내가 쓴 글을 읽어준다는 게 설레면서도 떨렸다.


내 목소리로 쓴 글을 다 읽고 나니, 수강생 중 누군가 박수를 쳐주셨다. 문밖에서는 다음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들이 시간이 다 되었다고 재촉했다. 이미 정해진 수업시간을 훌쩍 지나있었다. 내 뒤로 남은 수강생들은 자신의 작품을 읽을 수 없었다. 다음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밀고 들어왔다. 내 글에 대한 공개적인 피드백은 받지 못했지만, 내 순서까지 읽은 것만으로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첫 과제를 낭독하고, 누군가에게 박수를 받고, 스스로 많이 들떴다. 그 주에 만난 친한 친구들에게 썼던 글을 보여주기도 했으니까.




첫 과제 후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글을 쓰면서 단어나 문장을 넣을까? 뺄까?, 여기에 이 대사를 넣어도 될까?를 한참 고민했다. 문장을 지우고 배치하는 게 마치 퍼즐 맞추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나는 어차피 습작생이니까 다 넣어보았다. 하고 싶은 대로 했다. 물론 빼고 싶은 것은 뺐다. 돌아보니 그때의 내 선택이었다. 역시 글쓰기에도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교수님도 제안을 해주시는 것이고, 나는 그걸 참고할 뿐이다. 그러니까 '나의 감'을 믿고 하는 선택이고, 그걸 밀어붙이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 '나의 감'을 키우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좋은 글을 많이 읽고 생각해 볼 것! 그리고 습작생들의 글을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쓸지도 골몰해 볼 것! 그리고 수업 공부모임처럼, 계속 쓰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답을 구하려는 게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즐겁게 이것저것 해보려고 한다. 끝까지 물고 늘어져보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쓰고 싶었는지가 먼저일 것 같다.



* 첫 과제로 제출했던 글

https://brunch.co.kr/@writer-kang/15


뿌까.jpg 첫 과제에 관해 생각해 보다가, 예전 아이패드 드로잉을 배웠을 때 첫 과제로 했던 <뿌까> 그림도 넣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