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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 Jun 20. 2021

독이 되는 말

 일요일입니다. 주말은 잘 마무리하고 계신가요? 벌써 6월도 다 끝나가네요. 시간이 참 빠릅니다. 하루하루는 더딘데, 한 달 한 달은 어찌나 빠른지요. 오늘은 조금 나은 기분으로 안부를 묻습니다. 어제 미루어두었던 일을 마치니 마음이 한결 가볍네요.


 어제는 어찌나 모든 것이 싫던지요. 모든 관계에도 싫증이 나고 해야 하는 일마저도 왜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해 미루어 두었습니다. 하고 싶던 일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고, 좋아했던 것들도 그저 지겨운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런 날이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있어왔습니다. 마음이 불안해서 티끌만 한 것도 무거운 짐으로 느껴지는 날.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사람을 아주 힘들게 합니다.


 오늘은 그런 날에는 절대 듣고 싶지 않은 말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대개 주변에서 우울하다는 말이나 힘들다는 말을 하면 당신께서는 혹,

 "너만 힘든 게 아니라 다 그래."

 "안 힘든 사람이 어디 있어."

 라는 말로 상대의 힘듦을 가벼이 여기는 말을 한 적은 없으신가요? 혹은,

 "취미 생활을 해봐."

 "너를 사랑해야지."

 "일이 없어서 그래."

 와 같은 말을 한 적은 없으신가요?


 이런 말은 우울하고 힘든 사람에게 아주 치명적입니다. 우울을 스스로의 의지로 물리치지 못하는 것을 나무라는 말이며, 우울의 근원을 '생산성'으로 단정 짓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우울하고 싶고, 하기 싫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저도 겪고서야 알았습니다.


 몸에 병이 나면, 그것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을까요? 마음대로 낫게 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마음에 병이 난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고, 의지로 낫게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약물 처방으로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그러니 '게을러서 그렇다'거나, '의지가 부족해서 그렇다'는 말은 아무런 자극도,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셨으면 합니다. 다리를 다친 사람에게 '게을러서 그렇다'는 말을 한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런 상황과 같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사실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제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확실히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설픈 보기를 드리자면, 많이 힘드냐고 물으며 안아주거나 토닥여주시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나아가 더 욕심을 내자면, '하기 싫으면 하지 말자', '오늘은 쉬자'같은 말이라도 해주시면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럼 부담감과 압박감이 낳은 우울은 조금 사그라들거든요. 혹은 '밥 한 끼 하자', '술 한 잔 하자'와 같은 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다 할 말이 없어지면 쉽게 던지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힘내."

 그저 이 말 한마디만 던진다면 그것만큼 독이 되는 말이 없습니다. 힘을 낼 수 없습니다. 감정도 조절할 수 없고 생활할 힘을 조절할 수도 없습니다. 힘내라는 말은 힘을 내지 못하는 자신을 되려 미워하게 만드는 말입니다.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하는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분명 반갑지는 않을 것입니다. 편하게 대하지 못할 테니까요. 유독 몸이 아픈 사람보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더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되려 토닥임과 따스한 관심 한마디에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부디 외면하지 마시고 조금만 가까이에서 관심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안부보다는 부탁의 말이 많은 편지였습니다. 마음에 병이 생기기 쉬운 사회인만큼, 마음에 병이 생긴 사람들이 많은 만큼, 우울증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조금은 아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어제 생각했던 것들을 써 보았습니다. 우울증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이 바뀌셨다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해가 지고 있습니다. 밤이 곧 찾아오겠지요. 내일은 어떤 하루가 될지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편안한 밤 보내시고, 작은 실소라도 좋으니 웃을 일 하나쯤은 있는 하루였기를 바랍니다. 저는 내일 또 편지하겠습니다.


21. 06. 20. 해.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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